"좀 어수룩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게 친화력으로 작용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2월 7명의 후보를 꺾고 한성대학교를 책임지게 된 정주택(61) 제6대 총장에게 당선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그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났다.
그는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삼덕초교와 경북대 사대부중, 경북고,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늘 고향이 그립다. 그래선가 대구는 참 안타깝다. "밖에서 바라보는 대구는 참 그래요. 정말 잘살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침체돼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요. 먹고살 만한 산업도 없고, 그럴듯한 기업도 없네요." 이어 그는 "대구는 원도심이 살아있지 않습니까? 예술, 문화, 디자인 쪽으로 눈을 돌려 대구만의 브랜드와 색깔을 만들면 사람이 모이지 싶습니다." 그가 내놓은 대구 르네상스 방안이다. 대구시가 도심 재생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알리자 "허허, 그것 참 잘된 일"이라며 웃었다.
그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한성대가 명문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이 학교를 떠나면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이 명문"이라며 "총장으로서 교육 방향은 학생들의 '보다 나은 삶'"이라고 했다.
그가 '강의평가 공개' 방침을 내세운 것도 그런 바람에서다.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방식, 연구성과 등을 평가해왔지만 불공개 방침으로 인해 학생들의 '알 권리'와 '제대로 배울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배들이 어떻게 강의를 들었고 평가했는지 알아야만 후배들이 수강신청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교수들의 질 높은 강의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평가 공개는 다음 학기부터 시작된다. 교수들에게는 인센티브제를 통한 당근책을 제시했다. 논문에 따라 1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다. 그러나 그는 제3회 입법고시 출신이기도 했다. 정치에 대해 물었다.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지역균형 발전에 그는 관심을 보였다. 정 총장은 "선거에 이기면 본인은 중앙이다"며 "주체가 달라지면 생각이 바뀌는 것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제1요소가 아니겠느냐. 정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그와 초·중·고·대학을 같이 다닌 죽마고우다. 그에게 강 전 대표는 '재섭이'다. "재섭이는 중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어요. 나는 전교 2등이 최고였는데 제 앞에는 늘 재섭이가 있었습니다."
대학총장으로서 정부의 교육정책을 우려하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성숙도로 봤을 때 시기상조인 측면이 없지 않아요"라고 했고, 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해서는 "시장(대학)의 자율에 맡겨주면 좋겠어요. 그게 대학과 학생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졸업이수학점도 140점에서 150점으로 10점 올리기로 했다.
'학생성공본부'라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학생들이 강좌를 의뢰하면 언제든지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열고, 유학·취업·강좌 등에 대한 문의를 일원화한 미국식 전천후 창구 시스템이다. 학생들이 "우리 총장님 최고"라고 외칠 법하다.
"세월이 가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향 생각이 더 짙어진답니다. 코끝이 알싸한 게…, 모든 촉각이 고향을 향하게 되죠." 누구보다 큰 '대구 사랑'을 서울의 중심에서 엿보게 됐다. 정 총장은 큰 교육자였다.
글·사진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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