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백두를 가다] (21)休, 영양

입력 2009-05-22 06:00:00

▲ 영양은
▲ 영양은 '휴'에서 그 미래를 열고 있다. 일월산 중턱의 대티골 사람들은 영양 '휴'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작목반에서 토종채소를 가꾸고 있는 대티골 사람들.
▲ 일월산 계곡은 한마디로 청정 그 자체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는 영양, 휴의 가장 큰 자산이다.
▲ 일월산 계곡은 한마디로 청정 그 자체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는 영양, 휴의 가장 큰 자산이다.
▲ 조지훈 시비.
▲ 조지훈 시비.

영양을 탐사하면서 일행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바로 '휴'(休)다.

영양, 그냥 '휴'하고 싶었다. 몸과 마음을 턱 풀어놓고 이유 없이 쉬고 싶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마냥 쉬고 싶다는데. '휴'라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오지는 한낱 핑곗거리가 아닐까.

영양은 '휴'라는 천혜적 조건을 갖고 있었다. 때 묻은 곳을 찾기조차 어려울 만큼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일월산과 오랜 가뭄에 논과 계곡이 말라가는 이때에 백옥 같은 물이 넘치는 반변천을 가진 곳이 바로 영양이다.

생태 복원, 녹색성장이 화두인 이때에 영양은 천혜의 생태를 가져 녹생성장시대의 가장 경쟁력 있는 고장인 것이다.

일행은 휴 영양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섰다. 일행이 찾은 곳은 바로 해발 600m에 위치한 일월면 용화2리 '대티골'이다. 30가구의 마을 사람들이 '휴'하고 있는 자연치유생태마을이다. 마침 1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신록이 눈부시게 푸르른 일월산을 병풍 삼아 드넓은 밭에서 토종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도시인인 일행에겐 한없이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이었다.

대티골은 '5각'을 가졌다. 야생화와 곤충(시각), 푸른 산내음(후각), 맑은 물과 청정 채소·산나물(미각), 바람소리·물소리·새소리(청각), 자연생태치유 체험(촉각)을 모두 가졌기에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대티골 사람들은 작목반을 만들어 산마늘, 두메부추, 고추냉이, 기린초, 분자나물, 눈개승마, 쑥부쟁이, 곤달비 등 10여 종의 토종채소를 키우고 있다. 자연 속 부자였다.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수백년 대티골을 지켜온 사람에서 6년 전 혹은 2, 3년 전에 대티골에 온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너나없이 이웃이었다. 함께 채소를 심고, 서로 나눠가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대티골 사람들은 이제 마을의 미래도 함께 열고 있다. 발효식품 가공시설을 만들고 자연치유를 위한 황토(황토펜션, 황토팩, 황토염색)도 마을에 도입했다. 맑고 깨끗한 마을의 '휴'를 위해 생활하수 자연정화시설도 집집마다 갖추고 있다.

'대티골 사람들'이라는 마을 브랜드를 만들어 토종채소 판매와 휴 체험지로 마을을 변모시킬 계획이다. 대티골의 '휴' 모델은 영양군은 물론 국내 주요 대학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영양의 휴가 어디 대티골뿐이겠는가. 영양 전체가 휴이지만 단지 이를 다듬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행은 대티골을 나와 '문학여행'을 시작했다. 영양은 천혜의 자연 생태에다 '문학'이라는 괜찮은 '휴'도 갖고 있다. 자연과 문학, 절묘한 궁합이었다. 문학의 주인공은 바로 시인 조지훈과 오일도, 작가 이문열이다.

'얇은사 하이얀 고깔…'로 시작하는 시 '승무'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바로 영양인이다.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이 그의 고향이다. 조지훈은 한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주실마을 그의 생가 앞 지훈시공원과 시인의 숲 탐방로, 지훈문학관에는 문학기행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영양군은 매년 5월 주실마을 일원에서 지훈예술제도 열고 있다.

오일도 시인은 문학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일행 역시 그러했다. 오일도는 일제 강점기 때 민족의 얼과 한을 말한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이다. 오일도 역시 영양읍 감천마을이 고향이다. 현재 생가가 잘 보존돼 있고, 마을 앞 반변천 가에 그의 시비가 있다.

작가 이문열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문열도 영양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마을 중 한 곳인 두들마을(석보면 원리리)이 그의 고향이며 현재 광산문학연구소가 두들마을에 세워져 이문열 문학이 연구되고, 후학들이 양성되고 있다. 영양에는 이문열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 많다. 바로 영양은 작가 이문열 문학세계의 모태이자 요람인 것이다.

조지훈과 오일도, 이문열의 문학세계를, 그것도 전통마을에서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그림일 게다.

영양은 이제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자연과 문학을 바탕으로 미래 휴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종규기자 영양·김경돈기자 사진 윤정현

자문단 김동걸 영양군 학예연구사 김수영 영양군 기획담당 김상준 영양군 유통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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