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미술] 홍원표 원장의 줄리안 오피 작 '엘리'

입력 2009-05-22 06:00:00

탑여성의원 홍원표 원장은 굳이 집에서 만날 것을 고집(?)했다. "단순히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어디에 있는 지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맞는 말이지만 집안에 둔 작품의 위치를 바꿔본들 얼마나 다르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인사를 건넨다.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작품은 '나나 시리즈' 중 하나.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이 화사한 집안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시리즈'(삼위일체 중 파란색)와 알렉스 카츠, 쿠사마 야요이, 리찌슨, 앤디 워홀, 백남준, 김동유,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회색 대리석 벽에는 알렉스 카츠가 파란 잎사귀를 흩날리고 있었고, 허전한 듯 텅 빈 공간에서는 백남준이 'TV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방문객이 무심코 던진 시선이 행여 심심할까봐 주인은 꽤 고민한 모양이다. '천년 여왕'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또렷한 눈동자로 응시하는 가와시마 히데야키의 작품은 넘겨주지 않으려는 원래 주인을 설득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커피 머신을 분해해서 청소까지 해 준 덕분이란다. 홍 원장은 "그림은 보고 즐거워야 한다"며 작품에 대한 구구한 설명 대신 즐겨달라고 했다.

홍 원장이 자랑하고픈 작품은 영국 출신의 작가 줄리안 오피(51)의 '엘리'(Elly). 높이가 192cm나 되는 큰 작품이다. 줄리안 오피는 앤디 워홀 이후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마치 픽토그램을 보듯이 극도로 단순화시킨 둥근 머리와 뚜렷하고 단순한 선과 경쾌한 색채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1998년부터 주변 인물을 사진으로 찍은 뒤 컴퓨터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거쳐 비닐 등으로 오려붙여서 만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큰 아들(현재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 중)과 너무 닮아서 사게 됐습니다. 마침 아들 방에 걸어두었는데 모던한 방 분위기와 오피의 간결한 미니멀리즘이 잘 어울렸습니다." 엘리는 세계적 만화인 '틴틴'(우리말 번역본에는 '땡땡')의 주인공과 많이 닮았다.

홍 원장은 아내와 함께 집을 꾸미는 것이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했다. 그의 집은 아담한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작품들은 마치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조화로운 선율을 들려주듯 나지막이 속삭이는 느낌이다. 줄리안 오피의 '엘리'는 마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라고 묻고 있다. 마침 줄리안 오피의 한국 첫 공식 전시회가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린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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