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4, 15년 전 대구 최대 화두는 위천국가산업단지였다. 낙동강변에 1천만㎡의 산업단지를 조성, 첨단산업과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제를 일으키자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국가단지가 제대로 조성됐다면 대구가 지역총생산(GRDP) 만년 전국 꼴찌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왜 위천단지가 무산됐는가. 우리 내부 역량 부족도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낙동강 식수 오염을 우려한 부산의 반대 때문이었다. 당시 부산 시민들은 대구시청 앞에 상여를 메고 와서 시위를 벌일 정도로 격렬히 저지했고, 부산을 기반으로 했던 YS(김영삼) 정권은 부산의 손을 들어줬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위천국가단지 얘기를 10년도 훨씬 넘은 지금 끄집어내는 이유는 다시 부산의 몽니가 대구경북 경제 회생의 토대 구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벌이는 부산의 행태가 대구경북은 물론 울산 경남 등 영남권 전체의 염원인 신공항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동남권 신공항이었지만 영남권 5개 시도민의 염원과 지방자치단체 및 경제계의 잇단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신공항 건설은 입지 선정만 남겨두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이 트집을 잡고 나섰다. 공항 명칭을 바꾸고, 밀양을 지지하는 지자체(4개 지자체)와 가덕도를 지지하는 지자체(부산)가 추진위원회 전문가를 동수로 추천하거나 아니면 지자체 추천 배제 등 기존에 논의돼 왔던 사안과는 완전 동떨어진 안을 다른 4개 지자체에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내면적으로는 가덕도 신공항을 받아들이라는 통첩이다. 부산을 제외한 4개 시도가 동의하는 밀양으로 공항 입지가 정해질 경우 민자를 들여 독자적인 공항을 건설하거나 아니면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단다.
이런 주장은 생떼에 가깝다. 지난해 9월 '정부의 입지 선정 결과를 수용한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쪽은 바로 부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하에 작업이 진행돼 지난 2월 10일 경주에서 부단체장들이 모여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부산과 다른 시도와의 갈등이 첨예화되면 아직도 정부 부처 및 정치권 등에 만만찮게 남아있는 동남권 신공항 반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고 결국 공항 건설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은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부산이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밀양은 대구경북보다 부산에서 훨씬 가깝다. 행정구역만 경남이지 부산권이나 다름없다.
부산은 밀양에 공항을 만들면 24시간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사실이 아님을 부각시키자. 경남도 및 밀양시가 적극 나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24시간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면 된다. 공사비 역시 바다를 매립하고 연결 도로'철도망을 건설해야 하는 부산 가덕도보다는 밀양이 훨씬 적게 든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의 공항 건설 현황 등을 상세히 파악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선진국의 공항 건설 사례를 집중 분석해 내륙지 공항의 장점과 신공항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자. 민관언 합동 벤치마킹팀 구성이 시급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동남권 신공항을 적자에 허덕이는 또 하나의 지방공항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려면 영남권 어디서든 1시간 내 도착 가능할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야 한다. 가덕도 경우 대구에서 빠르게 달려도 1시간 30분이다. 항공수출물량이 많은 구미에선 2시간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이용객이 없어 결국 부실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쓸데없는 공항을 만들었다고 나중에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의 경제 회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지만 부산 울산 경남을 위해서도 꼭 성사돼야 한다. 부산의 대승적인 판단과 함께 우리의 엄청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정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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