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약물 파문, 검사 의무화 설득력

입력 2009-05-20 08:10:48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가 쓴 책 한 권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호세 칸세코가 자서전에서 금지 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 미국 의회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는 등 큰 파문을 몰고 온 것과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 벌어진 것.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마해영이 회고록에서 금지 약물 복용을 언급,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마해영은 19일 발간한 '야구본색'이라는 책을 통해 '현역 시절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문은 있었지만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그 실태를 밝힌 것은 처음. 책 내용이 알려지고 파문이 커지자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홈팀 두산 베어스는 계획됐던 출간 홍보 사인회를 취소했다.

마해영이 다시 언론을 통해 과거의 일이며 의심할 만한 선수가 있었지만 소수였다고 말했으나 그 파장은 쉽게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 각 구단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주변은 이번 일로 어수선하다. 야구팬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사이트들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책 내용을 확인한 뒤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각 선수단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 19일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둔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다"고 간단히 언급했을 정도다. 그러나 야구계 주변에서는 '책을 팔기 위한 상술', '현재에 그런 선수가 있겠느냐', '차라리 실명을 언급할 것이지, 괜히 열심히 하는 선수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억울하지 않느냐'는 등 다양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금지 약물 복용이 있어서는 안될 일임은 분명하다. 어떤 이유로 이번 파문이 일어났던 간에 이번 기회에 무작위 선별 검사가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전수 검사가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약물 복용 의심을 받아왔지만 국내 선수들도 그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약물 검사 제도를 강화, 시행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다.

현재 프로야구계는 제도 개선과 새 야구장 등 야구 인프라 확대 등 산적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그 가운데 선수 노조 결성 움직임에 더해 이번 금지 약물 복용 실태 파문까지 불거져 프로야구계는 조용할 날이 없는 모양새. KBO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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