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대여행가

입력 2009-05-20 06:00:00

우한 엮음/김숙향 옮김/살림 펴냄

장건은 한나라 섬서성 사람이다. 무제 시절 한나라는 흉노족의 침범에 시달렸다. 한 무제는 흉노에 맞서기 위해 흉노 서쪽의 나라 대월지와 연합을 꾀했다. 그러나 대월지로 가려면 장안에서 출발, 위하를 거슬러 진령을 넘고 황하를 건너야 했다. 거센 강과 높은 산, 사막과 협곡이 가로막고 있는 흉노의 땅이었다.

황제의 밀명을 받은 장건은 100여명의 시종을 데리고 기나긴 서역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도중에 흉노족에 잡혔다. 흉노족에 잡힌 장건은 11년 동안 온갖 고충을 겪었다. 흉노의 선우는 장건을 회유하기 위해 흉노족 여인과 결혼하게 했다. 장건은 흉노족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까지 낳았다. 그러나 장건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흉노의 감시와 위협을 뚫고 회유와 가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끝내 탈출했다. 급하게 도망치느라 식량과 물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고 여러 차례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기어이 대월지에 도착해 황제의 밀서를 전달하고 연합군을 결성했다. 장건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떠난 지 13년 만이었다. 이후 장건은 서역 개척의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다. 서역의 지리, 민족, 식물 등에 관한 지식을 중국에 들여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책 '대여행가'는 서역 개척의 선구자 장건을 비롯해 한나라부터 명나라까지, 사막과 바닷길의 험로를 뚫고 대장정을 완수한 6인의 여행기다. 65세에 히말라야를 넘은 법현, 색목인의 한계를 딛고 7차례 해외 원정을 집행한 정화, 조국 산천을 오로지 걸어다니며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서하객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어째서 앞날이 보장된 삶을 버리고 고난의 길에 올랐을까. 생사의 고비에서도 흔들림없이 전진을 택한 힘은 무엇인가. 이 책 '대여행가'는 '도전에 핑계란 없으며, 나아가지 않는 자는 죽은 자'라고 말한다. 284쪽, 1만4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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