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인물] '사악한 미녀' 앤 볼린

입력 2009-05-19 06:00:00

클레오파트라도 얼굴만 보면 그리 뛰어난 미인이라 할 수 없었다. 세련된 기품과 재치가 돋보였기에 미인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사악한 미녀' 앤 볼린(Anne Boleyn'1504?~1536)은 어떨까. 그녀는 영국의 절대군주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다. 헨리 8세가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종교개혁의 명분을 앞세워 로마 가톨릭교회와 결별한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녀도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통적인 미인이 아니었다. 흑발에 까만 눈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당시 유행의 최첨단을 걷던 프랑스 궁정에서 성장해 세련됐고 화술도 뛰어났다. 헨리 8세가 왕비 캐서린의 시녀였던 그녀를 끊임없이 유혹했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정식 결혼을 요구했다. 왕을 안달하게 해 신실한 캐서린 왕비를 쫓아냈지만, 그녀도 결혼 3년여 만에 버림받는다. 왕은 아들을 낳아주지 못하면서 권력욕이 대단한 왕비가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간통과 근친상간, 반역 혐의로 1536년 오늘, 런던탑에서 참수됐다. 참수형을 앞두고 남긴 말도 재치로 넘쳐난다. "내 목이 가늘어서 다행이다."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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