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위기 이후 2가지 경쟁

입력 2009-05-19 06:00:00

지금의 경제위기가 끝나면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 경쟁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가지 경쟁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사다리 오르기 경쟁'이며 둘째는 '파도 타기 경쟁'이다. 사다리 오르기 경쟁이란 세계 각국이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의 국가순위에서 앞선 순위로 올라서기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국가순위 사다리의 꼭대기를 향해 빨리 오르기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그런데 사다리 오르기 경쟁의 승리는 세계경제의 파도 타기 경쟁에서 이겨야 가능하다. 이번의 경제침체가 끝나면 그때부터 2020년까지 경제 피크에 이르는 기간은 세계경제 파도가 상승 국면으로 치닫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세계경제 파도 타기에 절묘하게 성공하는 국가는 국가순위 사다리 오르기 경쟁에서 높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파도 타기 경쟁에서 승리하자면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산업 및 공간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경제위기 이후 세계는 녹색성장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녹색성장산업은 IT(정보기술산업), BT(바이오산업), ET(에너지기술 및 환경산업), 그리고 CT(문화 및 콘텐츠 산업)가 중심이 된다. 이들 '아이벡'(IBEC) 산업은 기존 경공업과 중화학 공업과도 융합하여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급속하게 변모시켜 나갈 것이다. 아이벡산업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국가별 파도 타기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사다리 오르기 경쟁의 승패도 판가름 날 것이다.

공간 측면에서 보면, 경제위기 이후 세계는 '도시권'이 성장을 주도하는 체제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마치 중세시대에 도시국가가 국제교류와 상공업의 중심이 되었듯이 향후에는 세계 각국의 핵심 도시권이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되는 '新(신)중세시대'가 전망된다.

오늘날 세계 주요 40개 도시권이 세계 경제 활동의 66%, 기술혁신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벌써부터 도시권 중심의 국토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백악관에 도시정책실을 설치하여 미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의 도시권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이른바 메트로네이션(MetroNation)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 대도시들에 대한 파리대도시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첨단과학기술단지 건설, 파리의 항만기능회복 등 향후 10년 동안 60조 원을 투자하는 그랑파리(Grand Paris)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한국이 경제위기 이후 국가순위 사다리 오르기 경쟁에서 승리하자면 세계경제의 파도타기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자면 녹색성장산업인 아이벡산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전국의 주요 도시권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미래국토전략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요 도시권을 녹색성장산업인 아이벡산업밸리로 제각기 특성화하고 4대 강 살리기와 연계한 도시권발전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주요 도시권의 중심도시에는 자녀교육을 위한 우수한 환경, 선진문화복지기반, 글로벌 기업비즈니스 여건을 획기적으로 조성하고 방치되다시피한 구도심과 노후산업지역 등의 개조를 통해 새로운 미래성장거점을 중점 배치해야 한다. 중심도시와 주변지역을 연결하는 첨단교통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중심도시와 주변지역 간에 그린홈 등 에너지절약적 신주거공간도 적정 개발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과 관련한 부품산업의 지역 간 분담입지도 도모해야 한다. 주요 도시권마다 세계적 도시권으로의 도약을 위한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세계경제 흐름에 부응하는 신성장궤도를 하루속히 창조해 나가야 한다.

박양호(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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