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때 나야 많이 지르죠" 인터넷쇼핑몰 모델의 세계

입력 2009-05-16 06:00:00

▲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의 모델 3명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
▲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의 모델 3명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사라걸\' 모델 강화림씨, \'키작은 남자\' 모델 김정운씨, \'써니\' 모델 김현애씨. 사라걸(www.saragirl.com) 제공

"너무 예쁘거나 잘 생기기보다 적당한 호감형에 옷맵시가 나는 모델이 최고입니다."

매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쇼핑몰 사장이나 운영자들이 바라보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의 이상형이다. 평범한 것 같지만 그 옷을 입었을 때 더 예쁘거나 멋있는 모델들을 보고, '나도 입으면 저렇게 예쁘겠네'라고 생각하며 그 옷을 주문하기 때문.

이들은 인터넷 쇼핑몰의 마스코트이자 얼굴이다. 연매출 수십억, 수백억대 쇼핑몰이 그 모델의 이미지와 바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 모델들로 인해 흥망성쇠가 좌우되기도 한다. 예쁜 모델 1명이 수천, 수만명의 20, 30대 젊은 층의 구미를 당기며 매출을 급상승시키는 것이다. 반면 모델을 바꾸고 난 뒤 매출이 급전직하해 다시 그 모델을 이내 내치기도 하는 것이 인터넷 쇼핑몰 모델들의 현실.

패션모델이나 유명 CF모델보다는 유명세나 돈벌이 면에서 못하지만 이들 젊고 감각있는 쇼핑몰 모델들은 나름의 세계에서 경쟁하며 모델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며 즐긴다. 13일 남성의류 쇼핑몰로는 전국 1위를 내달리는 있는 '키작은 남자'(www.smallman.co.kr)의 사무실에서 회사가 각각 다른 인터넷 쇼핑몰 모델 3명을 만나봤다. 이들 세계를 쇼핑하듯 알아보자.

◆쇼핑몰 모델 3인방 '표준 S-V라인'

늘씬한 몸매, 싱싱하고 밝은 표정의 청춘남녀 3명. 인터넷 쇼핑몰 모델들이다. 모델 경험 2년의 강화림(23·여), 2년 6개월된 김현애(23·여), 6개월된 이정운(24) 씨. 이들 3인방은 시쳇말로 상품(옷)을 입으면 '본새가 난다'. 누구나 보면 평범한 사람보다 낫지만 전문 패션모델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씨는 여성의류 쇼핑몰로는 후발업체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사라걸'의 모델. 큰 키에 몸매라인이 좋고 풋풋하고 착하게 보이는 얼굴때문에 제법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고교 졸업 이후 웨딩모델 등 아르바이트 직업만 10차례 이상 했을 정도로 사회 생활에선 다경험자. '사라걸' 사장도 모델 강씨의 사진을 직접 찍으며 '호흡이 잘 맞고 사진도 괜찮게 나오는 편'이라고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세칭 '대박'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김씨는 똑순이 인형처럼 생겼다. 영남대 언론홍보학과 06학번. 표정도 생글생글. 밝고 귀엽고 섹시한 옷까지 잘 소화시킨다. 그는 대구의 여성 의류 쇼핑몰로는 대표주자로 서울업체와도 경쟁하고 있는 '써니'(www.ssunny.co.kr)의 마스코트. '써니'가 곧 김씨이고 김씨가 '써니'다.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김씨를 모델로 연출한 다양한 옷들이 다양한 포즈와 함께 펼쳐진다. 이를 보면 20,30대 젊은 여성들의 구매욕구가 '불끈' 솟을 만하다. 그는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며 "부모님도 좋게 생각하고 친구들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남성모델로 데뷔한 이씨 역시 6개월만에 이 일에 푹 빠져지낸다. 영남대 환경학과를 다니다 잠시 휴학하고 '키작은 남자'를 운영하는 패션홀릭의 직원모델이 됐다. 시급이나 일당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다. 그는 "새로운 저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며 "모델로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앞으로도 이쪽 업계에서 일할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의 모델들로 인해 해당 업체들의 매출 상승률은 눈에 뛸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기여하고 있다. 잠재력이 높다는 평이다. 업체 대표와의 호흡도 척척 맞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새로운 모델이 치고 들어와 바뀔 지는 모른다.

◆모델들, '이래서 힘들어요'

인터넷 쇼핑몰 모델들은 피곤하고 힘들다. 하루 촬영을 나가게 되면 20벌 이상의 옷 코디를 맞춰 입어야 하고 이런 저런 촬영을 하다보면 녹초가 되다시피 할 때도 많기 때문. 가끔은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촬영하다보면 창피하기도 하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아무리 촬영해도 밝은 표정이 나오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안타까울 때는 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매출과 완전 동떨어질 때다. 사장의 표정을 보면 안다. 좌불안석이 된다. '곧 잘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

'써니' 김씨는 "제가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라 잘 소화를 하는 편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특히 제 옷의 코디를 위해 온갖 준비를 다해주는 언니와 카메라를 찍는 동료들이 더 고생"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씨는 가끔 인터넷에서 자신을 보며 쪽지를 보내거나 모델사진 촬영 중 주변에서 '와! 예쁘다'고 한마디 해주면 힘이 난다고 했다. "제가 예쁘게 입고 나온 상품의 매출 떨어질 때가 가장 슬퍼다"고 말했다.

'사라걸' 강씨는 "이 일이 일정하지 않고 또 시급으로 일하다보니 그렇게 수입도 많지 않아 항상 쪼들리는 생활"이라며 "사진 촬영 끝나고 또 레스토랑 아르바이트가는 것도 적잖이 부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모델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 못하다보니 몸매관리나 피부관리에도 다소 미흡하다고 했다.

'키작은 남자' 이씨는 남자다 보니 옷맵시 자체가 특별히 튀거나 대박날 정도의 상품이 잘 나오지 않는게 고민이다. 다른 모델들과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고민하지만 반응이 여성 모델들에 비해 미미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품 사진이 오른 후에도 피드백이 약하다.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지만 모델뿐 아니라 직원으로서 둘 다 잘하기엔 벅차다"고 했다.

◆인터넷 쇼핑몰, '이렇다'

온라인 쇼핑몰이라 해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이다. '키작은 남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대.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원. 직원만도 100명이나 된다. '키작은 남자'라는 눈길가는 컨셉트로, 키가 다소 작은 남성들에게 잘 맞는 옷을 선사해 'VJ특공대', '6mm 세상속으로' 등 지상파 방송을 타면서 우뚝 성장했다. 대구업체지만 전국 남성 인터넷 쇼핑몰 1위에 빛난다.

'키작은 남자'를 운영하는 정창환 상무이사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산전수전을 겪으며 나름 고생하며 지금까지 왔다"며 "사실 이렇게 성장했지만 모델뿐 아니라 세금, 배송, 반품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요즘은 인터넷 광고단가도 너무 올라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써니' 역시 대구에서 전국 여성을 상대로 예쁜 옷을 불티나게 팔며 전국 인터넷 여성의류 전문 쇼핑몰로는 순위 안에 들 정도로 선방하고 있다. 주로 배너광고, 키워드검색,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로 광고효과가 검증된 포털업체에 '써니'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국 1위 '스타일난다'(www.stylenanda.com) 등 선두업체와는 매출 격차가 크다. '스타일난다'는 여성 전문모델 4, 5명이 거의 탤런트 뺨치는 정도로 예쁘고 옷맵시도 '짱'이라고 한다.

'사라걸' 대표 이상철(35)씨는 언론사 사진기자로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 뛰어들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씨는 짧은 경험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박을 위한 조건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들어가야 '돈 꽤나 만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조건은 '옷, 모델, 사진, 디자인, 광고' 등이다. 그는 "한때 대박이 날 정도로 매출이 급상승했는데, 이중 1가지가 어긋나기 시작하자 다시 매출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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