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마오의 만찬
작가: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밧지오(1571~1610)
제작연대:1601∼02년
재료: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139×195cm
소재지:내셔널갤러리(영국 런던)
16세기 중후반 전 유럽을 휩쓸었던 매너리즘의 물결에 저항하는 일군의 화가들이 성기 르네상스의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 바로크(baroque)라는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화가가 바로 카라밧지오이다.
카라밧지오 미술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주의적 성향'은 두 가지 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선 그가 예술가로 성장한 도시인 밀라노가 '이상화된 사실주의'가 지배하는 피렌체나 로마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를 그리려는 자연주의적 사실주의가 성행했던 북유럽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는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자연주의적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베네치아 회화 양식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연구에 기인한다.
이러한 그의 자연주의적 특성은 그림에서 현실의 상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물의 역동적인 포즈와 무대의 조명과도 같은 강한 집약적인 명암 대비를 즐겨 사용한다.
작가는 루카복음 24장 13-32절에서 소재를 차용한 '엠마오의 만찬'이라는 제명으로 두 개의 작품을 그렸는데 이 그림은 그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오른손을 들어 만찬 음식을 강복하는 예수는 수염이 없는 통통한 얼굴의 젊은 유대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파격적인 묘사는 당시 사람들의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예수 맞은편의 두 인물은 예수의 제자인 클레오파스와 그 동료로서 남루한 의복과 거친 외모는 이들이 육체노동자임을, 우측 인물의 가슴에 달린 조개껍데기는 이들이 순례 중임을 말해주고 있다. 함께 길을 걸었던 인물이 죽은 줄 알았던 스승임을 이제야 알아보고 깜작 놀라는 제자의 모습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예수의 옆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모자를 쓴 여인숙 주인의 표정이 대조를 이루면서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주변 상황이 아니라 화면 속의 인물이 만들어내는 사건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아무런 장식도 없는 벽으로 처리한 대신에 강한 명암 대비를 이용하여 인물을 부각함과 동시에 강력한 긴장감을 형성해 화면 전체의 일체화(一體化·unity)를 이루어낸다.
그의 작품은 순간포착에 의한 현실접근법과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명암법이 이전의 양식과 분명히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카라밧지오풍, 일명 카라바제스키(Caravageschi)는 17세기 중반에 이르면 국제화 양상을 띠면서 바로크 회화의 일반적 특성을 이루게 된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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