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건강하셨지요? 너무 늦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넌 별명이 지우개였던 반장 지욱이 아니냐? 대빵 왕주도 왔구나. 동수, 국현이, 그리고 점숙이는 더 예뻐졌네. 다들 고맙다."
제28회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안동시내 송천초등학교 교정에서는 34년 전 스승과 제자들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예안초교 63회(1975년 졸업) 6학년 3반 학생 10여명이 당시 담임이었던 박수환(61) 송천초교 교장을 찾은 것.
서울에서 이금숙(재향군인회 근무)씨 등 4명이 내려왔고, 포항에서 김동수, 영주에서 조국현, 의성에서 노원식, 안동에서 한왕주(미용실 대표) 이점숙(주유소 운영) 권오일(우유 대리점)씨가 함께 했다. 얼굴에 하얀 버짐이 핀 까까머리였던 제자들은 어느새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다.
스승도 이제는 정년을 앞둔 원로 교육자이다. 하지만 이날은 3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교정에서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갔다. 당시 반장이었던 김지욱(48·대구·콜플러스 코리아 이사)씨는 "모교가 안동댐 수몰로 분교가 됐다가 그마저도 올 3월에 폐교됐다"며 "스승의날이나 동창회 날이면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이날 스승을 찾은 것도 물속에 잠겨버린 고향과 모교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제자들은 송천초교 운동장에서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꽃다발과 선물을 전하면서 큰절을 올렸다.
제자들의 방문에 박 교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중년의 제자들을 부여안고 어깨를 다독였다. 박 교장은 "어려운 시기에 살기도 바쁠텐데 너무 고맙다. 예안초교는 첫 발령을 받았고, 또 결혼을 한 곳이어서 그때 제자들을 더욱 잊을 수 없다"며 20대 중반의 교사시절로 되돌아 갔다.
예안초교는 올해가 개교 100주년(5월 23일 서부단지에서 기념행사 개최)을 맞지만 안동댐 수몰로 1980년 도산초교 온혜분교로 명맥을 유지해오다 3월 폐교됐다. 모교가 개교 100주년에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박 교장도 제자들의 아픔을 헤아린듯 "고향을 물속에 묻고 이제는 모교마저 가슴에 묻은 그 마음이 오죽하겠느냐"며 위로했다. 이날 제자들은 스승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가슴에 꽃다발을 달아 주었고, 스승은 제자들에게 손수 짠 참기름 2병씩을 손에 들려 보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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