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 인기

입력 2009-05-15 09:24:50

▲ 50대 이상 중년 가장들이 14일 영남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실습을 하며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m
▲ 50대 이상 중년 가장들이 14일 영남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실습을 하며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m

"이제라도 기술을 익혀 제2의 삶을 찾으려 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강상구(가명·51)씨는 지난해 12월 건축경기 침체로 벌이가 끊겼다. 취업하려 해도 나이가 많다는 게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가는 곳마다 '나이가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실직자 직업훈련 교육기관도 찾아봤지만 역시 늙은이 취급만 받았다. 강씨는 그러나 요즘 새로운 '희망'에 들떠 있다. 3월 말부터 50세 이상 실직자에게 전문 직업훈련을 시켜주고 취업까지 연결해주는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강씨는 "아직 힘과 열정이 넘치는데도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못 구해 답답했다"며 "당장 끼니를 해결하고 자식들 결혼도 시키려면 10, 20년은 더 벌어야한다. 고령자 직업훈련에 열심히 참여해 꼭 직업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도 문제 없어요=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부터 고령자에게 적합한 직업훈련과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현장연수를 받아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명예퇴직이나 갑작스런 실직으로 일자리를 잃은 고령자들에게 '인생 2막'을 여는 희망이 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직업전문학교 6층 강의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 60대 교육생 30여명이 특수용접 직무훈련을 받고 있었다. 보호경을 차도 번쩍이는 불빛은 쳐다보기 힘들 정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능숙하게 쇠를 다루겠다는 생각에 60대 교육생조차 찡그리지 않았다.

교육생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6시간(월~금) 가량 용접기·용접봉을 들고 기술을 익힌다. 정상철 교사는 "대부분 나이 때문에 취업전선에서 밀려나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인지 배우려는 열기가 젊은이들을 능가한다"며 "가족의 생계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책임감까지 있어 힘든 과정이지만 하나라도 더 익히려 쉬는 시간도 아낄 정도"라고 했다.

▶젊은이들보다 훨씬 열정적=이들에겐 기술을 배우는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절박하다. 아직은 더 일할 힘이 있지만 경기 탓에 해고 '1순위'가 됐고 직장에서 다시 내몰리면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 그래서인지 과정이 처음 개설됐을 때 정원의 두세 배나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40년 넘게 시외고속버스 운전을 하다 지난해 나이 때문에 실직한 전무한(가명·63)씨도 새 직장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전씨는 "주유소 주유원도 나이가 많다고 안 써주더라"며 "이번 기회에 한 가지 기술이라도 제대로 익히면 조그만 공장에 들어가 10년은 더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전국 18개 기관(19개 과정)에서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영남직업전문학교(특수용접, 조경기능사)와 한국디지털직업전문학교(CNC/머시닝센터) 2곳에서 3개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교육생들에게는 교통비, 중식비 등 매월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고 4개월간의 직무 및 현장과정을 마친 뒤 취업하면 해당 기업에 고용장려금이 지원된다.

산업인력공단 서경식 능력개발지원팀장은 "올해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해 내년에는 더 많은 고령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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