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안내놔? 못내놔!'…27일부터 대구 마카소극장

입력 2009-05-15 06:00:00

▲ 연극
▲ 연극 '안내놔? 못내놔'의 출연진. 류강국, 김묘선, 박순임(앞줄 왼쪽부터), 이홍기, 이중옥, 서창수(뒷줄 왼쪽부터).

12일 오후 대구 중구 마카소극장에서 만난 류강국(50)은 들떠 있었다. 마른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면서, 후배와 동작 선을 맞춰보는 모습은 잘 알려진 방송인이라기보다 배우였다.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이 들까봐 그동안 일부러 연극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연극에 대한 꿈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류씨는 27일부터 대구 중구 마카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안내놔? 못내놔!'로 1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안내놔? 못내놔!'는 치솟는 물가에 분개해 마트에서 식료품을 강탈한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코미디.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사회 풍자극이다.

친숙한 목소리의 라디오 DJ로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류씨는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영남대 연극반(천마극단) 출신인 그는 극단 '우리무대' 창단멤버로 1970년 후반부터 1990년 말까지 대구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92년 대구연극제와 1995년 전국 연극제에서는 남자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전은 대구, 오후는 부산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며 눈코 뜰 새 없던 그는 최근 부산 일을 접고 여유가 생기자 컴백을 결행했다. 이번 작품에는 콤비를 이뤘던 DJ 김묘선씨와 리포터 박순임, 서창수씨 등 같은 방송사 동료가 함께 출연해 더욱 뜻 깊다. 입심 좋고 끼 많은 방송인이라면 연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류씨는 "연극은 끼나 입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후배들을 살짝 기죽였다. 김묘선씨도 "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많은 대사를 쳐내고 연기하는 모습에서 지난 3개월간의 노력이 느껴졌다.

이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배우가 마카의 이홍기 대표와 이중옥이다. 이씨는 "'안내놔? 못내놔!'는 오랜만에 보는 아날로그 연극"이라며 "연극판에 새 배우가 출현한 것만으로도 기분좋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소극장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한 달 넘는 장기 공연은 꿈도 꾸기 어려웠어요. 12년 만에 돌아와 보니 연극 포스터의 위력은 떨어지고,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후배들이 열심히 연극하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쉰 살의 '형님'은 후배들을 자랑스레 쳐다봤다. 공연은 27일~6월28일. 문의 053)256-0369.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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