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산시는 매년 3, 4일간 개최하던 경산 자인 단오제를 올해는 하루만 개최한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일조한다는 이유로 그것도 단오(5월 28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인 단오제는 강릉 단오제와 함께 전국 2대 단오제로 자리매김되어 왔으며 연 참가인원도 매년 20만~30만명이 넘는다. 그 내용면에서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행사로 신라시대 때 왜구로부터 지역을 지켜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한장군을 기리는 놀이인 여원무(1971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국무총리상 수상)를 중심으로 자인팔광대놀이(1988년 동 대회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 계정들소리(1998년 동 대회 대통령상 수상), 원효성사 다례제, 호장굿, 별신굿, 그네뛰기, 창포 머리감기, 그리고 씨름대회 등이 어우러져 향토색을 물씬 풍기고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하여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성이 뛰어나고 주민 참여도와 관광 가치가 높은 경산 자인 단오제를 전국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축제로 선정하였다.
전국의 다른 시'도 및 시'군들이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축제들을 앞다투어 벌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경북지역만 해도 경주의 문화엑스포, 술'떡축제, 안동의 유교문화축제, 울진의 세계농업축제, 예천의 곤충축제, 포항의 불꽃축제, 영천의 별빛축제, 청도의 소싸움축제 등 많은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 축제들은 짧게는 2, 3일에서부터 길게는 15일 이상씩 열리고 있다. 그 이유는 많은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을 홍보하려는 데 있다. 물론 주민 참여도나 관광 가치가 부족해 일회성 행사로 사라져가는 것도 있다.
자인 단오제를 올해 일일 행사로 줄인 배경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다는 여론이다. 최병국 경산시장이 12일 개최한 도민체전을 앞두고 4월 중순 아프리카, 유럽, 러시아 등지로 17박 18일 일정으로 장기 외유를 떠나기 전, 자인 단오제 경축 개막식을 주무대인 자인 계정숲 대신 경산육상경기장에서 시행토록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느닷없는 소식에 많은 경산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5월 초 최 시장이 귀국하고 뒤이어 나온 결정이 바로 '자인 단오제 1일 행사'라는 것이다.
시정은 많은 시민들이 행복해 하고 편안해 하는 방향으로 펼쳐야 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시장 개인의 치적을 자랑하거나 홍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시민의 머슴인 시장이 주인인 시민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여 부하 직원을 시켜 '올해는 단오제를 하지 않겠다'느니 하는 등 단오보존회와 시민들을 윽박지르고, 시정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일이다.
이 더운 날에 단오경축개막 공연을 위해 준비하거나 식장 들러리를 위해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새로 개장한 경산육상경기장에 갔다가 다시 단오제 행사의 주무대인 자인 계정숲으로 이동해야 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시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또한 어느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가? 사흘간 하던 축제를 하루로 단축, 그 경비를 줄여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이 과연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인가, 아니면 3, 4일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구경와서 돈을 쓰게 하여 침체한 지역 소상인들의 경제를 활성화하게 하는 것이 진정 경제를 위한 길인가? 수십,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경북도민체전을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전혀 앞뒤가 맞지않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병국 경산시장은 시정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전체 경산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단오제를 원래대로 3일간 개최하기를 권한다. 만약 잘못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공개 토론에 나서 그 진위를 가릴 것을 제안한다.
정재학(전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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