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 국제음식박람회엔 60만명이 참관했다. 간식비, 식품구입비로 1인당 1만엔씩 잡아도 어립잡아 우리 돈으로 600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참관객 교통비와 참가업체 체류비 등 직간접 경비를 모두 감안하면 1천억원 안팎의 경제효과를 보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적은 투자로도 '황금알'을 낳는 전시컨벤션산업. 때문에 세계 각 국이 전시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시컨벤션센터 확장과 전시산업 육성에 올인(All In)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최근 MICE(Meeting:기업회의, Incentive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vents:국제행사)로 대표되는 전시컨벤션산업을 신성장동력분야로 선정, 육성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식경제부)의 육성책은 수도권 집중, 선택과 집중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 전시회의 현실
세계 최대규모의 정보통신박람회인 'CeBIT'(독일 하노버)과 첨단 정보통신·가전제품 전시회인 'CES'(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인 'Hannover Messe'(독일 하노버). 이들 전시회는 모두 70여개국에서 6천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전시회다.
국내 전시회는 400여개. 잘 된다는 전시회도 기껏 5만명에서 10만명이 관람하고 해외 기업 300여개만 참가해도 성공한 전시회로 불린다.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이다.
국내 전시산업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다보니 한 지역에서 잘된다 싶으면 다른 지역에서 베끼기 전시회를 다반사로 하는 실정이다. 대구가 아시아 대표적인 전시회로 키운 그린에너지 액스포가 대표적인 예다. 내년쯤엔 전국 10개 전시장에서 유사 전시회를 할 것으로 대구 엑스코는 보고 있다. 또 전시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전시회의 70%를 차지하는 퍼블릭(Public·일반) 전시회도 어느 전시장 할 것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
더구나 국내 전시장은 확장일로에 있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고양 킨텍스가 2~3년내 확장되고 대전, 인천 전시장도 확장을 추진중으로 전시장 인프라에 걸맞은 전시 콘텐츠 발굴이 시급한 실정. 특히 이탈리아 '삐에라 밀라노'는 인천 송도에 진출, 국내 전시산업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국내 전시산업 경쟁력 강화가 요구된다.
부산 벡스코 이세준 전시팀장은 "전국에 많은 전시 인프라를 깔아놓고 정부가 내팽개치면 국가적 손실이다. 정부는 제조업 기반이 약한 지방의 경우 전시산업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인식,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향 잘못 잡은 육성정책
지경부는 올해 초 2013년까지 3개의 세계적 수준 또는 아시아 대표 전시회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Global Top 10 전시회'와 '브랜드 전시회'(8개) 육성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18개 전시회에 대한 투자는 올해 4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강원도가 유망전시회 육성을 위해 한 전시회에 40억원을 쏟아붓는 것과 견주어서도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실질적인 지원이 못되고 있다.
또 전시산업 지원이 철저하게 수도권 중심인 것도 문제. 정부가 집중육성하려는 18개 전시회 가운데 부산의 조선해양대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 전시회로 지방 전시회는 찬밥신세다.
어찌보면 이것은 약과다. 정부는 지방전시회도 흡수하고 있다. 대구가 키운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 경우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규모를 키워 세계적인 전시회로 키운다는 명분아래 한국반도체전, 한국가전소비자전 등과 통합, 한국전자전으로 빼앗아갔다.
대구 엑스코 김재효 사장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고착된 기존 산업과 달리 전시산업은 신산업이자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주요 부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방경쟁력을 살리고 지역별 차별화가 가능한 분야로 정부가 획기적인 육성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특화와 집중육성을
밀라노 가구박람회, 볼로냐 소비자전 등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와 지방마다 특색있는 전시회가 정착돼 지방의 경쟁력을 살리고 국가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전시산업 전문가들은 정부 육성의지만 있다면 지방에도 경쟁력 있고 세계화가 가능한 전시회는 많다고 보고 있다. 대구의 그린에너지엑스포와 소방안전박람회, 부산의 조선기자재전, 국제수산무역엑스포, 광주의 국제문화창의산업전 등이 대표적이라는 것. 정부 산업정책과 부합하면서도 지방이 자생력으로 성공시킨 전시회에 대해선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차원의 교통정리와 인센티브제 시행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럽 경우 유서깊은 전시회가 많이 있지만 지역별 차별화를 이룰 수 있게 된데는 철저한 역할 분담에 있다는 것.
독일 경우 한 지역에서 전시회를 성공시키면 다른 지역에서 못하도록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는 전시산업진흥회격인 '아우마(Auma)'가 특정지역 특화전시회 경우 베끼기 전시회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시킨다.
계명대 백창곤 전시컨벤션학과 초빙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공산품이나 농산품과는 달리 전시컨벤션산업에 대해선 보조금 지원을 허용할 정도로 국가별, 지역별 차별화를 인정하는 부문"이라며 "정부는 지역별 차별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지방 전시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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