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잔잔한 흥행
"손님, 어떻게 죽여드릴까요?"
이런 서비스 업종이 생겨나지 말란 법도 없겠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성적과 실연을 비관한 자살, 연예인의 자살 등 각종 자살이 만연한 이 시대에 손쉽고 고통없이 보내드리는 고품격(?) 자살소개업은 유망 업종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 하모니아 아트홀 명덕 소극장에서 24일까지 공연하는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이라는 끔찍한 소재를 블랙 유머와 위트 넘치는 연기, 대사로 가공해 연극팬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연극인들이 연출, 연기, 무대까지 맡은 극단 틈의 작품이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업이 존재한다면…, 하는 기발한 연극적 상상에서 출발한다. 여기 자살 업계 1위의 남자가 있다. 얼마나 확실하게 보내주는 지 다른 자살사이트에서도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어느 날 이 남자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와 멍청한 사내가 손님으로 등장한다.
극중에서 남자가 각종 자살 방법을 소개하는 장면은 홈쇼핑 광고처럼 천연덕스럽다. 먼저 '하버드 상품'. 모든 질문에 영어로 대답해 영어 못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어 죽이는 방법이다. '스카이 다이렉트'는 높은 건물에서 우산쓰고 뛰어내려 죽는 방법, '샴푸의 요정'은 샴푸를 마시고 죽는 방법이다. 숨을 거두면서 입에서 아름다운 샴푸 방울이 나오는 우아함이 상품의 특징. '맨땅에 헤딩하기'는 단번에 죽는 장점이 있지만 실수하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렇게 죽는 방법도 있어요? 혹시 당신이 깜짝 놀라 묻는다면 그 남자로부터 "어차피 죽으러 온 사람이 뭘 그리 놀랍니까"라고 핀잔을 들을 수 있겠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여자와 동행남의 사연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그들은 과연 원하는 방법으로 죽을 수 있을까. 웃기기로 작정한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지만, 작품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유쾌하고 간결하다. 자살이 상품이 되어버린 사회는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공연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30분, 6시30분.
문의 053)254-7241.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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