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총장의 비밀혼사와 호화판 호텔 결혼식

입력 2009-05-11 07:34:57

"매 주말이 괴롭다" "축의금이 무서워서 동창회에도 못나간다" "엥겔계수보다 더 높은게 축의금""정작 간소하게 하고 어도 그동안 뿌린 돈이 있어서…"

호텔 결혼식이 허용된 이후, 혼례문화가 점점 고급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가진 자, 배운 자, 사회적 리더들의 초호화 호텔 자녀결혼식이 도를 지나치고 있는가하면, 사회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반(半) 고지서처럼 '알리기 작전'을 불사케하는 결혼식이 다반사여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몇몇 결혼식은 축의금만 '몇억'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결혼식도 그냥 초대장만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을 동원하여 거의 고지서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반강요하다시피 혼사를 진행한 경우도 없지 않다. 지역 유력인사의 자녀 혼사를 깜빡 빠뜨린 대구의 모 국회의원은 "이제 큰일 났다"고 농담반 진담을 건넬 정도로 결혼식의 의미는 변질되고 있다.

대구 출신 모 정치인이 서울 강남에서 연 자녀의 호텔혼사 때도 넘치는 하객들로 뒷말이 무성했고, 지난해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자녀결혼식을 치른 고위 관료의 경우 너무 많은 하객들이 몰려들어 주변에 대혼잡이 빚어지는 바람에 택시 기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대구에서도 근년 완전 생화장식과 얼음조각, 실내악 연주 등을 패키지로 묶은 수천만원짜리 호텔 결혼식이 화제를 낳았었다. 그 결혼식은 혼주가 대구의 저명인사라서 하객들은 입장하는데만 길다랗게 줄을 늘어서야했었다. (이 혼주는 축의금을 받지 않아 하객들의 진심어린 축하를 받았다)

이런 와중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큰딸과 막내딸의 비밀혼사에 이어 최근에는 외아들(우현,35)까지 조용한 혼배미사를 치러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였다. 潘총장의 외아들 우현씨는 9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한 성당에서 대한변협 부회장인 유원석 변호사의 맏딸 제영(27)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유엔 측은 "가족끼리 조용하게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반 총장의 뜻에 따라 이 결혼식을 극비에 부쳐왔다. 맨해튼 유엔본부 맞은편 1에브뉴 47번가의 유엔지구 성당인 '홀리 패밀리 처치' 에서 치러진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친지, 극소수의 지인 등 초청장을 지닌 150명 안팎의 하객만 참석했으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즐비한 화환 대신 이명박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보낸 축하 화환 3개가 성당 한쪽에 놓여 있었다.

예식은 이 성당 주임신부인 한국인 장 훈 신부의 주례로 1시간 30여 분 동안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치러졌다.

반 총장의 한 주변인사는 "유엔 개혁을 선도하는 사무총장으로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유엔 내에서도 반 총장이 아들을 결혼시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과거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큰딸과 막내딸 결혼식을 비밀리에 치러 화제가 됐었다.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 역시 얼마전 치른 딸의 결혼식에 양가에서 50명씩 초청한 가운데 조촐하고 진지한 혼사를 치렀다. 유 장관은 가족과 가까운 친척을 빼고는 친분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도 딸을 직접 아는 사람만 초청하는 모범을 보였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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