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잘한 건 잘한 거죠"
'똥개도 제 집에선 50% 먹고 들어간다.' 홈그라운드의 이점(利點)이라고도 한다.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자신의 위세를 떨치고 자신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반면 남의 집에 가면 왠지 불안하고 쉽게 자기 주장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이치.
이런 면에서 보면 경북 의성 출신 세종대 변창흠(45) 교수는 용감하다. 서울에 살며 수도권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변 교수를 만나면 위축될 정도다. 그는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각종 지상파 방송이나 토론회, 세미나 등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중심적 사고를 하는 다른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변 교수를 이론적으로 당하기 힘든 논리를 갖고 있는 것.
변 교수가 말하는 지방분권의 핵심은 이렇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방향은 분명히 맞다. 단지 정권의 신뢰성으로 인한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을 뿐. 이명박 정부는 보다 진실성을 갖고 지역균형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광역경제권 계획은 지역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권역별 발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는 사실 지난 참여정부 때 많은 활약을 한 때문에 현 정부에 적극 참여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소신에 찬 발언을 한다. TK(대구경북)출신이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인맥이 물리고 혹시나 오해를 받을 만한 발언도 많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소신과 평가는 냉정하다. 과거 정권에서 옳았던 부분과 현 정권에서 잘하는 점을 정확히 짚으려 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을 더 좋아하는 변 교수를 지난달 29일 세종대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지방분권 '권역별 강소국'
변 교수는 지방균형 발전의 틀을 '권역별 강소국' 형태의 발전이 괜찮다고 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개발'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주장하는 '강소국 연방제'가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대경권·동남권·충청권·호남권 5개 지역은 서울·인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대도시를 발전축으로 삼아 주변지역이 경제공동체가 돼 먹고살 동력을 확보한다는 것. 제주와 강원은 특별경제권으로 관광과 레저 등을 특화시켜 타 경제권의 조금은 차별화되는 발전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 각 권역별로는 선도산업 집중지원, 광역경제권별 거점대학 육성, 지역발전기반 구축 등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좋다. 작은 도시들이 특화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강한 국가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그는 나아가 권역별로 교육, 문화, 행정 등에 더 많은 자율과 권한을 주고 스스로 세계와 경쟁해 먹고살 거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역경제권은 하나의 지방정부 시스템으로 더 긴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 각 기초 지자체 간 통합도 잘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는 대구경북에 대해 "주력인 전자, 의료·교육, 섬유 등 기존 집적산업을 최대한 확충해 연구단지(R&D시설), 산학협력 클러스터 등이 성장 동력산업이 되도록 우뚝 서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하며, 다른 광역경제권과 분명한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대 강 살리기 '문제많다'
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강 살리기에 딴죽을 걸었다. 결국 운하를 하기 위한 토목공사의 성격으로 보고 있었다. 지역균형 발전과 공공투자 재원의 합리적 배분 측면에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경부운하 건설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 전국 운하반대 교수모임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것도 이런 그의 소신과 맞닿아 있다.
그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운하는 맞지 않다"며 "남한강 수계 정비 등을 하려면 또다시 수도권 규제를 더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왜 하필 4대 강이냐"며 "지역의 발전전략에 맞는 사업에 국가재정을 지원해야지, 왜 강을 중심으로 엄청난 국가예산을 투입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역 발전은 강을 중심으로 돈만 내려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성장동력이 되는 산업이나 새로운 테마 중심의 발전계획이 필요한 것. 또 지역이 스스로 발전전략을 세우고 이에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정상적인 지역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에 대한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결국 강을 훼손할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입장에서 4대 강 정비계획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딱 봐도 정신없이 바쁜데.
"보시다시피 연구실이 제법 넓은 편인데도 정리가 안 됩니다. 자료에 파묻혀 삽니다. 각종 토론회, 세미나, 강의, 연구 등으로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씁니다. 식사 시간도 되도록이면 줄이고 자료 준비시간도 식사와 병행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서울시 DMC기획위원회 실무위원과 여수EXPO 조직위 총괄계획 등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요. TV토론, 해설 등도 더 빠쁘게 살도록 만들고 있죠.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해요."
-세종대에 오게 된 것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있었는데, 세종대에서 지역개발과 부동산 관련 전문교수로 뽑아줬습니다. 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지요. 이후 세종대 부동산 관련 산업대학원, 도시부동산대학원 등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중추적 역할을 하게 돼 보람이 있고, 학교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지금도 각종 방송토론 등에 나가 학교의 인지도와 명예를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지역의 인재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일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합니다. 저도 이곳에 국내 이민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구가 교육의 중심지가 되고, 그곳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지역에 취업해서 생산력을 높여야 합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을 주장하시는데.
"수도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세계의 다른 지역과 경쟁하려면 양적 팽창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도권은 성장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교통 혼잡비용이나 인구·산업의 집중화로 인한 폐해는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 지역권은 고부가가치산업을 집중 육성해 특성화하고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합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을 비교하자면.
"사실 참여정부가 예뻐서 각종 위원회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고요. 제가 연구해왔던 지역개발이나 수도권 규제, 지속가능한 개발 등 제 생각과 맞는 정책들을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는 바람에 적극 참여한 것입니다. 또 국토균형개발 측면에서 주택 투기억제나 주거복지 강화 등 정책도 제 소신과 같았습니다. 현 정부가 잘하는 것은 광역경제권 개발이고, 실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자사업에 대해 한마디.
"정부가 충분한 수요조사를 거쳐 하는데, 결국은 컨소시엄 업체들의 편익을 봐주는 형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서울시의 SOC(사회간접자본) 1호인 우면산 터널 등은 최소 수익을 보장해 주므로 시공사는 손해를 보지 않고 빠져나가는 대신 국민들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주고 있어요. 국가가 순수 민간에 맡길 때는 그만큼 정밀한 조사를 거쳐 민자사업의 내실화를 기해야 합니다."
-수도권도 경쟁력 키워야 하지 않나.
"물론입니다. 수도권도 인근의 상하이권, 간사이권, 홍콩권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보다 큰 규모의 경제권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 수도권에 모든 산업을 집중시키고 모든 규제를 풀어가는 논리로 발전시켜서는 안 됩니다. 타 지역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나서 수도권만으로의 양적 팽창을 막아줘야 합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변창흠은?
1964년생. 경북 의성 출신. 대구 능인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자문 국가균형위원회 수도권관리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세종대 행정학과 부교수. 한국지역경제학회 이사, 한국지방재정학회 이사,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전략기획 연구위원. 저서 '국가균형발전의 이론과 실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위기의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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