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천하를 호령하던 곳 "누가 함부로 쇠락을 논하는가"
역사는 돌고 도는 법. 경상도, 전라도 등지 옛 주도들은 산업화에서 뒤처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경제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한동안 성장엔진이 멈춘 탓에 단기간에 옛 번영과 자존심을 회복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들 주도 시민들의 발전을 향한 내적 욕망은 끓고 있다. 나이 70, 80세가 다 된 지긋한 노인도 도시의 옛 영화 재건이라면 발벗고 나설 각오가 돼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기고 활력을 잃은 도시에 사는 노인으로 있기보다 뭔가 볼거리, 즐길거리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도시의 역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도시의 성장동력에 불만 붙으면 언제나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 옛 주도들이다. 옛 수도였던 경주나 전주는 발전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 상주나 나주 역시 지금이 후삼국·고려시대와 같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충주·청주도 항상 정권을 잡지 못해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핫바지 이론' 탈출에 기치를 내걸고 있으며, 강릉·원주 역시 강원도 시대를 여는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역사문화·신재생·해양관광, '경주'
경주는 눈부신 꿈을 꾸고 있다. '세계적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발판을 마련해 2006년부터 3조3천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문화유적 발굴·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역사유적의 관광자원화를 꾀하고 있는 것.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양성자가속기센터 유치,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이전 등 3대 국책사업이 마련돼 있다. 두 프로젝트의 기반을 마련한 경주는 다만 정치권과 연계해 역사문화도시 특별법 지정 및 기금 조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양남·양북지역을 업그레이드해 '신재생에너지 중심지역'으로 조성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시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대거 유치하려는 것이다.
근세 전통문화도 복원, 역사문화도시와 연계한 관광자원화를 꾀하고 있다. 명주실 짜기 명인, 천연염색, 무형문화재 누비장, 전통음식 등이 복원·계승해야 할 전통문화의 연계고리들이다. 경주시는 현재의 오릉 옆 7만여평 터에 전시관, 작업관을 포함한 전통문화집적단지를 꾸미기 위해 역시 사업타당성 용역을 맡겨놓았다.
◆친환경·고부가가치 도시, 상주
상주는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발전가능성은 상당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저탄소 친환경 산업들이 속속 상주 청리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세계적 자동차 부품공장인 캐프그룹이 들어선 데 이어 올 1월에는 웅진폴리실리콘㈜이 1조5천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핵심소재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효자종목인 농산물 수출도 긍정적이다. 상주시의 농특산물 수출실적은 최근 3년 동안 50% 이상씩 매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 곶감을 필두로 배, 포도, 선인장 등 7개 품목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다.
2010년 세계 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가 열릴 국제승마장도 기대가 크다. 경천대와 가까운 승마장 인근 낙동강에 승마트레킹 코스를 개발, 상주를 승마의 본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4대 강 살리기, 낙동강 프로젝트, 백두대간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의 중심축에 상주가 자리 잡고 있어, 상주시의 환골탈태를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문화도시 '전주·나주'
전주는 인구 60만이 넘는 도시로서 그래도 도심이 활기차며 산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다른 주도들이 부러워할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옛 백제의 수도 완산주(전주)가 이에 만족할 수는 없다.
야심찬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인구 100만의 광역시로의 발돋움도 꾀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과거 서남권을 호령했던 전라감영 복원(742억원 투입)이 중심에 있다. 구체적인 주요 계획으로는 ▷도심을 젊은 도시로 재생 ▷비즈니스 거점과 여가문화시설 중심의 북부도심 권역 ▷주거환경 정비와 상권 활성화로 팔달로 권역에 21C형 주거문화 창조 ▷공공기관 이전지역 재생을 통한 백제로 권역 실버 밸리 조성 ▷새만금 배후도시 기능 등을 2020년까지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다.
나주 역시 큰 도약을 위해 영산강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계획도 담겨 있다. 첨단과 전통이 어우러진 인구 15만의 자족형 생태도시를 꿈꾸며 전남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또 영산 문화의 뿌리는 '나주'라는 것을 강조하며, 전남의 행정·교육·경제·교통의 중심도시로의 재탄생이 곧 이뤄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영산강 프로젝트는 3단계 사업으로 진행되며, 총 8조5천550억원이 투입된다. 생태하천, 수변개발, 환경기초시설 등 예전에 번영을 누리던 영산포를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충주·청주, 강릉·원주 '새 출발'
경상도와 전라도 주도처럼 충청도와 강원도 주도들도 용틀임을 하고 있다.
청주는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5소경 중 하나인 서원경으로 충청지역의 맹주 역할을 해왔고 충주는 고구려시대 때부터 국원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구 64만4천명의 청주시는 실제 거대 국가 프로젝트를 따내 진일보하겠다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오송생명과학도시, 오창과학산업단지, 청주생태산업단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 실제 청주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반면 현재 인구 20만8천명의 충주시는 친환경 기업 관광도시의 발전모델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2020 충주비전과 발전전략'에서 충주는 ▷IT·BT산업의 자족적 신도시 건설 ▷'한반도대운하' 내륙항, 복합물류단지 건설 및 운하연계 신산업벨트 구축 ▷세계적 의료복합단지 건설 ▷충주호 물길100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세계적 수변형 테마파크 조성 등을 거대 목표로 삼고 있다.
원주시는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에서 26번째로, 강원도 내에서는 최초로 인구 30만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혁신도시 착공과 지난 3월 기업도시 착공 등 각종 개발과 더하여 원주시의 인구 증가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 철도 복선과 원주∼강릉 복선철도, 제2영동고속도로, 원주와 신행정수도 간 철도와 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릉 역시 인구 감소세가 주춤하면서 복합레저관광도시로의 재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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