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silver)가 아니다. 골드(gold)다." 소비시장에서도 할머니들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이들의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어르신 마케팅'은 각 업체들의 주요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갖가지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구 중구 덕산동 메트로센터의 한 실버웨어 전문점. 얼핏 봐도 장년층이나 노년층 여성들이 입을 법한 옷들로 매장이 꽉 찼다. 가격은 원피스 20만원대, 투피스가 30만~40만원 등으로 비싼 편이다.
주인 이금숙(43'여)씨는 "비싼 가격인데도 브랜드를 아는 단골 할머니 위주로 꾸준히 나가고 있다"며 "요즘 웬만하면 할머니들이 노인대학이나 취미생활을 하니까 패션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라고 했다. 이곳을 찾은 김순자(79'여'대구 수성구 수성1가)할머니는 "젊었을 때 자식들 키우느라 바빠 예쁜 옷이 있어도 사입지 못했다"며 "좀 늦었지만 요즘은 예쁜 옷만 눈에 띄면 사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처럼 의류시장에 할머니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하나 둘 생겨나고 그에 따라 실버의류 가게들도 늘고 있다.
휴대전화도 '실버'에 맞춘 제품들이 나와 꾸준히 재미를 보고 있다. LG전자의 와인폰은 화면이나 스피커, 버튼 등이 보통 제품보다 2배 정도 큰 데다 글자를 확대해 보는 돋보기 기능도 있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오리진폰'은 자주 쓰는 기능만 주메뉴에 모아놓을 수 있고 키나 몸무게, 질병 이력, 병원 등을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동성로 휴대폰 골목의 한 가게 주인은 "실버폰은 자식들이 부모님 선물로 주로 사간다"며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점차 휴대전화를 소유한 노인이 늘면서 매년 10% 이상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피부관리나 성형에도 할머니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동성로의 한 피부과의원에선 "보통 혼자 왔다 입소문을 내면 2, 3명이 같이 찾는 경우가 잦다"며 "주로 검버섯을 제거하는 레이저 시술을 받는다"고 했다. 중구 봉산동의 한 성형외과 간호사는 "고객 중에 할머니 비율이 갈수록 는다"며 "눈 처짐 수술이나 보톡스 주사 등이 대부분이며 수술하기 좋은 겨울에 주로 찾는다"고 했다.
신발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잡화들도 예외가 아니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기능성 슈즈점엔 할머니의 비율이 전체의 70%에 이른다. 주인 김선동(40)씨는 "두께 있는 깔창이라 걸을 때 편안하고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간다"고 했다.
■실버산업 성장 잠재력? 의료기기·정보 등 성장률 높을 것
실버산업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린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실버산업의 성장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0년 고령 친화산업의 성장률은 연평균 12.9%에 이른다. 같은 기간기존산업 전체 성장률(4.7%)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상의는 특히 실버산업에 속하는 의료기기(12.1%)와 정보(25.1%) 여가(13.7%) 금융(12.9%) 주택(10.9%) 등의 성장률이 두드러진다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2008년을 전후해 대거 직장에서 은퇴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상의는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70세에 접어드는 2025년부터 또 다른 실버산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고령친화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의 시장 규모가 2002년 12조8천억원에서 2010년에는 43조9천억원으로 3배 이상 커지고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148조6천억원으로 2002년에 비해 12배 이상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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