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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7 14:57:29

방송사 시청률 경쟁 '점입가경'

방송사마다 드라마 시청률을 두고 기 싸움이 팽팽하다. 방송가에선 '시청률표가 나오면 피가 마르는 듯하다'고 한다. 드라마의 경우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드라마 시간 배치나 편성도 시청자들을 눈을 집중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주말 오후 10시대에 SBS는 '가문의 영광' 이후 '찬란한 유산'을 방송 중이며 KBS2TV는 사극 '천추태후'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간대에 MBC는 드라마를 내보내지 않았었다. 오후 10시대 주말드라마는 지난해 11월 '내 여자'를 끝으로 최근까지 막을 내린 상태.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인 '세바퀴'로 경비 절약과 시청률을 손쉽게 겨냥했던 것이다.

하지만 MBC의 주말드라마 폐지는 SBS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주었다. KBS '천추태후'는 사극인 만큼 시청자가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극을 찾는 시청자들은 SBS로 채널을 돌렸고, 덕분에 SBS '찬란한 유산'은 2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MBC는 이번 개편을 통해 주말드라마를 부활시켰다.

MBC는 2일 오후 10시 40분 '2009 외인구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야구를 소재로 하되 선수들 저마다의 사연과 인생 이야기를 파헤쳐 나가는 휴먼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 제작진은 "스포츠 액션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만화적 상상력을 접목해 감각적이고도 빠른 영상으로 한 편의 판타지 스포츠 멜로 드라마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일 드라마 시간대를 두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막장 드라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시청률을 올렸던 '아내의 유혹'이 끝나자 SBS는 일일드라마 '두 아내'를 방송한다.

문제는 '두 아내'가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그대로 잇고 있다는 점.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아내의 유혹'의 평균 시청률은 26.9%로 1992년 이후 방송된 역대 SBS 일일드라마 중 1위였다. SBS는 이런 호재를 놓치기 힘든 눈치다.

'두 아내'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재혼한 남편 강철수(김호진)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전 아내 윤영희(김지영)만 알아보게 되면서 새 아내 한지숙(손태영)과 갈등을 빚는 두 여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드라마.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불륜남, 버림받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라는 설정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반복돼 왔던 설정이다. '아내의 유혹'과도 인물 설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막장 드라마 계보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지숙의 옛 애인이자 딸의 생부가 아내와 별거 상태로 지숙을 만나고, 이혼한 영희는 자신을 짝사랑했던 어린 시절 고향 동생을 만난다. 이들 또한 각각 과거 짝들이 등장하면서 복잡한 인물관계를 형성하는 것 또한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한편 이 드라마의 출연진들은 시청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미혼모의 아픔을 안고 어렵게 만나 결혼한 남편마저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을 못 알아보는 상황에 처한 한지숙 역에 손태영이 출연해 결혼과 출산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출산 후 완벽한 몸매를 회복해 대중에게 공개한 만큼 연기에서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또 실제 고부지간인 김용림과 김지영이 극 중에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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