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아닌 공기 주입으로 공간 창조"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이곳에 황당한(?) 전시물이 하나 들어섰다. 작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황당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그 공간에 '텅 비워놓기'를 했기 때문. 엄밀히 말하면 유리상자 안에 비닐 상자를 넣어둔 상태다. '2009유리상자-아트스타 Ver.2'에서 만나는 김정희(35)의 '세제곱'이라는 작품. 조금 어렵게 말하면 작가는 '공간'이라는 비정형을 비닐 상자를 통해 정형화했다고 한다. 유리상자 안에는 꽉 찰 정도로 부풀거나 공기 빠지기를 반복하는 우레탄 비닐풍선 제작물(높이 2.96m, 너비 5.10m, 폭 5.40m가량)과 그 제작물에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공기를 주입하는 기계, 비닐 표면에 표기된 문자들이 있다.
김정희는 "걸고 매달고 세우는 조형물이 아니라 공기 주입을 통해 공간을 창조하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비닐 공간 속에 들어서자 마치 낯선 어디엔가 발을 내디딘 느낌이다. 그저 유리벽 속에 놓인 비닐에 둘러싸여 있을 뿐인데. '윙'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 주입기가 작동한다. 정형화된 모습을 버리고 찌그러져 있던 비닐은 다시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공간이 창조된다. 작가의 근사한 표현과 달리 밖에서 본 비닐 공간은 '허파'를 닮았다는 느낌이다. 봉산문화회관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한구석에 자리잡은 거대한 허파.
영남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라이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정희에게 학창 시절 '괴짜'가 아니었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지극히 평범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어느 날 빈 우유팩을 발로 밟다가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학창 시절 철판을 용접해 붙인 뒤 정성스레 표면을 갈고 닦아 사람 허리 높이만 한 우유팩 모양을 만든 작가는 폐차장에 가져간 뒤 찌그려달라고 했다. 우유팩처럼 찌그러지는 모양을 보고싶었다나. 괴짜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는 작가를 새삼 다시 보게 됐다. 9일 오후 2~4시 작가와 함께하는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종이 육면체를 만들어 매달고 쌓으며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특별히 '비닐 공간' 속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053)661-3081.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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