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심화수업…학원 필요없어요"

입력 2009-05-06 14:56:55

봉화 산골학교 소천중고 밤10시까지 학습

봉화 소천중고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마경대기자
봉화 소천중고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마경대기자

경상북도 최북단 산골에 자리잡은 봉화 소천중고등학교(교장 김성오) 학생들은 교사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 도시 학교 부럽지 않은 교육혜택을 받고 있다.

시골학교 대부분이 오후 6시쯤이면 도심지역에 사는 교사들의 퇴근으로 텅 비게 되지만 봉화읍에서 30km나 떨어진 산골학교인 소천중고에서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부터 무언가 특별한 일이 시작된다. 교사들이 집에 가는 대신 다시 교단에 서는 것.

교사들은 중학교 35명, 고등학교 41명 등 76명의 전교생들에게 뜨거운 공부 열기를 전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는 '농산어촌 연중 돌봄학교' 육성 사업과 도교육청 지정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아침과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해 심화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또 밤 10시까지 '송백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다.

게다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교 인근식당을 이용해 저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식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야간에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대상으로 7명의 교사가 무학년제 특별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공예반, 기타반, 요리반, 테니스반, 풍물반 등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교사들은 학생들과 밤낮을 함께하기 위해 학교내 사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성 덕분에 이 학교는 올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10여명의 졸업생이 서울대와 경북대, 충북대 등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거뒀다.

학부모 박정희(45)씨는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열기가 넘쳐나고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한마음이 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과 주민들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행안부가 소천중고를 벽지학교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천중고 강석호 교감은 "벽지학교에서 제외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예산이 줄어 식비와 통학비 등 혜택을 줄 수 없다"며 "1시간 이상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남회룡 마을 등 오지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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