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아래 딸·사위·안사돈…김기찬씨 집
지난달 30일 저녁 대구 수성구 시지동 김기찬(75)·김난희(74)씨 부부의 집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세 살배기 손녀와 외손자의 재롱이 시작됐기 때문. 그런데 재롱잔치를 지켜보는 어른이 8명이나 돼 요즘 가족치고는 좀 많은 듯 보였다. 아내와 친딸, 며느리, 외손자, 그리고 맏사위와 안사돈까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달 2회 정도 주말마다 하는 정기 모임에는 자그마치 24명까지 모인다. 이들은 가족, 친·인척의 구분 없이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이다.
김씨 부부는 2남4녀를 뒀지만 2명의 딸 가족과 한 담장 안에 살고 2명의 아들 가족도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서울로 이사간 둘째 딸과 지난해 결혼해 청도에 사는 막내딸과 떨어져 있을 뿐이다. 2002년에는 김씨 부부의 2남4녀와 사위들, 안사돈까지 모여 살다시피 했지만 딸 둘이 이사가고 시집가면서 현재의 가족형태가 됐다.
김씨 부부의 옆집에는 셋째 딸 미경(44)씨 내외가 살고 있다. 그 옆에는 첫째 딸 정희(51)씨 내외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싼 집에는 요즘 찾아보기 쉽지 않은 대가족의 훈훈한 가족애가 풀풀 넘쳤다.
이들이 '한 지붕 세 가족'살이를 하게 된 것은 둘째 딸 미영씨가 언니 정희씨 가족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하면서부터. 당시 정희씨 내외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다른 집을 찾다가 선뜻 동참됐다. 미영씨 내외가 서울로 이사 간 뒤 2005년 말부터는 셋째 미경씨 가족이 그 자리를 메웠다. 2007년에는 첫째 사위 박씨의 어머니인 이복순(71)씨까지 합류해 사돈지간에 한 집안에 살고 있다.
김씨 가족이 이렇게 한 곳에 모여 산 것은 김씨의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 자신 대가족 출신으로 수많은 친인척을 몸소 챙겨왔기 때문. 김씨는 "욕심 같아서는 5, 6층 건물을 지어 한데 모여 살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희씨는 "아버지의 평생 소원이라 살아주는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러나 김씨의 욕심이 다들 싫은 눈치는 아니다. 이내 "작은 문제라도 서로 토론해서 푼다" "늦게 결혼했는데도 육아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장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 둘에 8명의 어른이 쏟아내는 입담이 왁자지껄했지만 "평소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김씨의 가족은 "인간 냄새가 가는 소박한 가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사랑을 만들고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이들에게서 웃음소리가 내내 떠나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은 물론 형제들끼리 쉽게 틀어져 버리는 요즘 시대에 이들 대가족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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