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론 遺憾

입력 2009-05-06 10:28:37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급작스레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당 화합책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좌장격으로 이른바 '공천 학살'을 당한 뒤 당선돼 국회로 生還(생환)한 상징 인물이란 이유에서다. 사무부총장으로 18대 공천의 실무를 맡아 이재오-이방호 전 의원과 함께 '학살 3인방'으로 꼽혔던 정종복 전 의원이 경주 재선거에서마저 落馬(낙마)한 결과로 친박계 원내대표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정치란 공교롭고 내일을 가늠하기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산을 위해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한 김무성 의원이 집중 조명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대구경북인으로서 당혹감도 있다. 대구경북(TK)에는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라는 당혹감이다.

집권 여당과 국회는 그러잖아도 'PK(부산경남) 천하'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부산 영도가 지역구다. 박희태 대표는 경남 남해에서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안경률 사무총장은 부산 해운대 출신이다.

이처럼 집권 여당과 국회 고위직을 PK가 독식하다 보니 대표비서실장을 비롯한 당직자들도 온통 부산경남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타지 사람들은 부산경남 사투리와 대구경북 사투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냥 경상도 사투리로 안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그냥 '영남'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남은 김영삼 정권에서는 물론 노무현 정권 때도 잘나갔다고 본다. "대구경북이 소외받아 15년 소외받아 15년째 GRDP 꼴찌고, 젊은이가 일할 자리조차 없다"고 하면 거짓말하지 말라는 눈길을 보낸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짐짓 구분하지 않는 것은 그래야 호남과 충청몫이 커지고, 30년 잘나갔다가 15년 고생하고 다시 기지개켜는 TK를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법하다. 서울에서는 인사 下馬評(하마평) 때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가 출신지이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 고향은 天刑(천형)과 같다.

'여당'국회 PK 천하'에 대한 비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권력의 頂點(정점)이 대구경북이지 않느냐는 反論(반론)을 펼치면 할 말은 없다. 대통령은 특정 지역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統治(통치)를 하고, 이 전 부의장은 대통령의 형이라 愼獨(신독)하고,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 분야를 맡아 국회로부터 늘 공격을 받는 수세적 입장이란 재반론을 펼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청와대 또한 TK보다 PK가 더 각광받고 있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다. 9명의 수석비서관 중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PK다. 반면 TK는 봉화 출신이나 서울에서 자라 출향인사 행사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정동기 민정수석 1명이 고작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이 TK에 대한 편중을 하지 않고 蕩平(탕평)을 하는 마당에 집권 여당과 국회가 PK에 편중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친이-친박의 首長(수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로 모두 TK 아니냐고 비판해도 할 말은 없다. TK끼리 싸워 TK가 손해 보는 꼴이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대구경북민에게 이 말은 꼭하고 싶다. "제발 이젠 친이-친박 논란은 끝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인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다음에 '박근혜 時代(시대)'가 올 수 있다. 친이-친박 싸움을 부추기는 데는 'TK 분열'을 노리는 세력의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집권 여당과 국회에 PK의 인적 자산은 풍성한 반면 TK는 키워 놓은 인물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구경북의 多選(다선) 의원은 대부분 중진을 넘어선 원로급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차근차근 살펴보면 김무성을 능가하는 친박도 대구경북에 있고, 능력면에서 우수한 의원도 대구경북에 많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정책위의장은 물론 지식경제부 장관을 시켜도 손색이 없다. 불교계 맥이 넓은 주호영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를 주면 제격이다. 홍사덕 의원은 6선이고, 이한구 의원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경제 전문가다. 4선의 박종근 의원은 대구경북의 좌장이고, 3선의 이병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의 반열에 든다. 집권 여당과 국회에서 TK가 대접은 차치하고 제몫은 인정받아야 한다.

최재왕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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