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 꽃 향기 잃은 까닭은…
"내 코가 이상한 거야? 꽃 향기가 안 나는 거야?"
대구 수성구 시지동에 사는 최대호(48)씨는 매년 동네 뒷산에 핀 아까시 꽃 향기를 맡고서 5월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아까시 꽃 향기를 제대로 맡지 못했다. 최씨는 "며칠 전 뒷산에 오르고서야 아까시 꽃이 폈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무 근처에 가도 향기가 별로 나지 않아 이상했다"고 말했다.
5월 초면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며 온 동네를 향기로 물들이는 아까시 꽃 향기가 올해는 영 시원찮다. 지난달 말쯤부터 꽃이 본격적으로 피고 있지만, 등산객이나 군락지 인근 주민들은 아까시 향기가 진하지 않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4일 오후 아까시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산. 아까시 꽃이 30~40% 개화했지만 산 주변에서는 전혀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바로 곁으로 다가서자 간간이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군락지인 수성구 담티고개~연호동, 인터불고호텔 뒤편~고모역 도로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극심한 봄 가뭄 때문에 아까시나무의 생육이 신통찮아 꽃향기가 예년보다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지표면 가까이에 사는 박테리아와 공생해 뿌리를 땅속 깊숙이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생육기에 물이 많아야 하는데, 올해처럼 봄에 비가 적게 내린 경우 전체 생육에 방해를 받게 되면서 꽃이 적고, 향기도 줄어들게 된다.
대구지역의 강수량은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71.1㎜로 지난해 같은 기간(121.5㎜)에 비해 41% 정도 비가 덜 내렸다. 대구 및 인근에서 말라죽은 아까시나무를 많이 볼 수 있고 살아있는 나무도 예년보다 시들시들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계명대 김종원 생물학과 교수는 "비의 양이 적고 비가 오더라도 금세 말라버리는 등 최근의 급격한 기온변화로 식물들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수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식물들이 늘 갈증에 시달리다 보니 건강하지 않고 꽃이나 열매의 생육이 나빠졌다"고 했다.
안상규벌꿀 대표 안상규씨는 "올해 고사목이 많아졌고, 꽃대도 예전(15cm)에 비해 3~5cm 작은데다 꽃 수도 30%가량 줄었다"며 "5월 초쯤이면 벌들이 꿀을 물어오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꽃가루만 물고 오는 바람에 꿀 수확이 많이 줄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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