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어디가 마음에 들어요?"
사회자의 질문에 강정규(33)씨가 한수영(33·여)씨를 슬쩍 쳐다보고 대답했다. "착하고 편해 보여요." 이번에는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이 한씨를 향했다. "저하고 이분 중에 누가 더 낫나요?" "당연히 이분이 낫죠"라는 한씨의 스스럼없는 대답에 사회자가 머쓱해졌다. 오고 가는 칭찬 속에 행사장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30일 오후 대구가든호텔 2층 연회장에선 장애인 남녀 50명이 마음을 나눌 동반자를 찾는 '대구시 장애인 맞선대회'가 펼쳐졌다. 한 명씩 자기 소개를 하며 쑥스러워하던 참석자들은 장기 자랑 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저마다 숨겨둔 끼를 드러냈다. 소녀시대의 'Gee'에 맞춰 팔을 흔들고, 록발라드를 열창하기도 했다. 조금씩 빗나가는 가사와 음정이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다른 커플들의 장기 자랑에 류정훈(24·지적장애)씨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춘다는 그였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무조건'을 불러 환호와 박수 갈채를 독차지했다.
대구시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는 '장애인 맞선대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20~40세까지 대구에 사는 결혼 적령기 장애인 남녀는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매년 6, 7쌍의 커플이 탄생했고 그 중 4쌍이 결혼에 골인했다고 했다. 참가자격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보니 매년 참석하는 이들도 적잖다. 많게는 5차례나 참가한 이도 있다.
부모나 가족들은 대회장 뒤편을 지키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정신지체 2급인 딸(30)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송모(57·여)씨는 "집에 돌아오면 늘 음악만 듣는 딸이 안타까웠다"며 "연애도 해보고 가정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딸에게 권유했는데 너무 좋아한다"고 즐거워했다.
떨리는 프러포즈 시간. 나성환씨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꼭 나를 선택해줬으면 좋겠다"며 테이블 위에 올려진 풍선 꽃을 허미영씨에게 수줍게 건넸다. 꽃을 받은 허씨는 웃기만 했다. "이 기회가 아니면 고백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대범하게 사람들 앞에 선 박용구(38)씨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날 8쌍의 연인이 탄생했다. 참가 남성 3명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은 안모(30·여)씨는 "단체 맞선은 처음인데 각자 장애에 맞게 자리를 배치하고 진행 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충분히 배려해 편안했다"며 "커플로 탄생해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강순호(36·청각장애 4급)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프러포즈를 한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자주 만나 영화도 보며 데이트를 즐길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대구장애인재활협회 남상만 협회장은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일이 결혼"이라며 "이 행사가 지역 내 미혼장애인들의 결혼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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