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구리 세공업 소년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입력 2009-04-29 06:00:00

▨양쯔강 소년/엘리자베스 포어먼 루이스 지음/조세형 옮김/개암나무 펴냄

1920년대는 중국의 격동기였다. 마지막 황제 푸이가 1911년 퇴위한 후 군벌들이 전쟁을 벌였다. 군인들은 농작물을 수탈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 곳곳에 도적과 사기꾼이 들끓었다. 사람들은 혼돈과 가난 속에 신음하며 죽어갔다.

13세까지 시골에서 살던 소년 샤오푸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쓰촨성의 충칭으로 오게 된다. 고향 마을 촌장의 소개로 충칭에서 구리 세공업을 하는 탕씨의 도제로 들어간 것이다. 충칭은 일찍이 문호를 개방해 외국 선박이 들락거렸고 물자가 넘치는 도시였다. 샤오푸는 이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건과 직면하면서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샤오푸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운을 만나고, 일을 배우고, 글자를 배웠다. 더불어 나쁜 사람을 만나고 불운을 만나고, 힘겹게 번 돈을 잃기도 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하고, 남의 누명을 벗겨 주기도 했다. 누군가를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사람은 살면서 고통과 불행, 행운을 만나기 마련이다. 샤오푸는 자신이 만났던 고통과 불운 앞에 정직했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면 불행이 더 커졌다. 그는 행운을 만나면 침묵할 줄 알았다. 샤오푸는 불행과 불운을 정직으로 타개했고 침묵으로 행운을 지켜낸 것이다.

무엇보다 샤오푸의 장점은 근면과 인간애에 있었다. 소설은 근면하지 못한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오더라도 별 힘을 쓰지 못하고 떠나버린다고 말한다. 부지런하고 정직한 샤오푸가 구리 세공에 재능을 발휘해 구리세공가게 주인이자 스승인 탕씨의 귀여움을 받는다. 물론 그 사랑은 필연적으로 동료들의 질시를 불러왔다. 그러나 시기하는 쪽보다 누군가의 시기를 받는 사람이 '세상의 중심'임을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부지런히 일하는 대신 부지런히 샤오푸를 시기했던 동료들은 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정직하게 살아라' '부지런하게 살아라' 라고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을 위한 소설답게 '정직과 근면'이 최선임을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한다. 더불어 '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운은 누구에게나 오고 간다. 소설은 부지런하고 정직한 사람이 운을 만났을 때 효과가 크지만 게으른 사람에게는 운조차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양쯔강 소년'은 1933년 뉴베리 상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벅의 '대지'처럼 서양인이 썼지만 중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304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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