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 해와 달과 칼(상·하)

입력 2009-04-29 06:00:00

마루야마 겐지 지음/학고재 펴냄

일본 현대 문학의 '작가 정신'으로 추앙받는 마루야마 겐지(64)는 장편 역사소설 '해와 달과 칼'을 펴낸 후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문체로 써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심거리였다고 털어놨다. '해와 달과 칼'은 일본 곤고지(金剛寺)에 소장된 문화재 '일월산수도병풍'(日月山水圖屛風)을 우연히 본 작가가 실망할 게 두려워 실물조차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의 압도감을 느끼면서 쓴 작품. 그는 '어머니의 복수와 생이별한 아버지와의 비극적 재회'라는 테마를 떠올렸고, '구두점은 마지막 하나밖에 사용하지 않는, 무섭고 긴 하나의 문장으로 된' 독특한 문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통로가 막힌 곳에 다다라, 토담을 둥글게 판 중국풍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뻥 뚫려 드넓은, 제대로 숫자를 맞춘 오색의 큰 자갈이 깔렸을 뿐인, 신지이케(心字池)도 없거니와, 소나무 한 그루 심어져 있지 않은, 단순명쾌한, 지고의 미에 도달한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면서, 한동안 방념(放念)할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만든 명도(名刀)를 가슴에 품은 채 복수를 위한 방랑길에 오르는 주인공 무묘마루는 '사람이 사람인 소이(所以·까닭)는 무엇이냐'는 화두를 찾아 헤맨다. 상·하권 각 1만3천원.

최병고기자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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