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 의성 춘삼우체국 이채환 사무장

입력 2009-04-29 06:00:00

'고향'이란 단어에는 아스라이 느껴지는 포근함이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는 영천이 그런 곳이다. 20년 전쯤 그때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던 영천에 개원을 하게 되었다. 다소 투박한 말투의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태도들이 경상도 특유의 감정을 절제하는 미덕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차츰 그분들 맘속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무렵 테니스를 치다가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늘 허드렛일과 뒷정리를 도맡아 하는 사람이기에 호감이 가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어릴 때의 순수함과 순박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어느 날 친구가 되기를 청했다. 자신은 우체국에 근무한다며 "원장님인데 내하고 친구 해도 괜찮겠능교?"라며 반색하던 표정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요즘 세상엔 머리로 사는 사람은 많아도 가슴으로 사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모처럼 만난 가슴 따뜻한 친구와 함께 수많은 추억을 만들면서 영천은 나와 가족의 마음속에 어느덧 고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물론 부족함이 많은 나를 분에 넘치게 아껴주신 여러분의 보살핌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주연으로 사는 사람들과 묵묵히 뒤에서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조화를 이루면서 비로소 살맛나는 곳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아마도 후자의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 우체국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관계로 누구보다 관내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잘 알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의 불편한 점들은 늘 스스로 찾아서 도와 드리고 누가 힘든 일이라도 당하면 마치 자기 집안일인 것처럼 나서곤 한다. 그 정도로는 양이 차질 않아 고향 마을의 온갖 궂은 일들, 형편 어려운 친구들의 뒷바라지로 하루가 24시간인 걸 가장 안타까워하는 친구다.

가끔씩 사는 게 너무 복잡할 때면 정신없이 돌고 있는 지구에서 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지금은 의성군 춘삼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 사랑하는 친구, 이채환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애쓰는 친구도 있는데 호강에 겨운 생각에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살펴보며 부끄러워하게 된다. 글을 쓰고 있노라니 어느 여름날 밤, 강가에서 투망으로 잡은 피리 튀김을 안주로 밤새 얘기 나누던 생각이 난다. 이번 여름에는 친구랑 다시 한 번 그 강가로 가봐야겠다. 강민구 KMG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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