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니 매주 토·일요일마다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4, 5월에 결혼을 하는 것 같다. 직원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면 빠지지 않고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결혼하기 좋은 계절임은 확실하다. 나도 벌써 13년 전 이맘쯤에 결혼을 해서 세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가끔 뜬금없이 '결혼했느냐, 중매 서주겠다'는 환자를 만나면 그날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개원 초보다 중매해 주겠다는 환자들이 나날이 줄고 있지만···.
치과 치료를 하다보면 가끔씩 '이번 달에 잔치가 있다' 또는 '딸이 결혼한다'며 빨리 치료를 해 달라는 경우가 있다. 간단한 치료이면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료일 경우에는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문제'의 행사일까지 끝내지 못해 본의 아니게 원망을 듣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앞니가 빠진 아주머니 한분이 진료 끝날 때쯤 와서는 '내일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했다. 급히 치료한 뒤 '임시로 조치는 했지만 힘이 없으니 절대로 단단한 것을 씹어 먹으면 안돼요'하고 보낸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 와서 '앞니가 떨어질 것 같아 맛있는 음식을 하나도 못 먹었다. 다른 날은 괜찮은데 잔치날 안 떨어지는 치아 없어요?'라고 해 웃은 적이 있다. 물론 다음 번 잔치날에는 안 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튼튼하게 치료를 해 주었다.
몇 년 전에는 오래 전부터 주기적으로 치료도 하고 검진을 받던 40대 후반의 남자분이 어느날 치료가 끝난 뒤 '저, 원장님, 이거···'하면서 조심스럽게 결혼식 청첩장을 준 적이 있었다. 나는 '아니 벌써 딸이 시집가나?'하고 놀랐는데 청첩장을 자세히 보니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유인 즉 가정 형편상 결혼식을 못 올리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까운 친지들을 모시고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도 셋이나 있지만 더 늦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첩장을 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니 늦어도 좋기는 좋은 모양이었다. 안타깝게도 결혼식이 평일이어서 참석은 못했지만 초청해 주어 고맙다며 축의금을 보냈다. 그리고 한번은 20대 여자 환자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준 적이 있었다. 환자였던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좀 어색하기도 하고 모른 척 하려니 미안하기도 해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아내가 '환자분들의 결혼에는 축의금보다는 선물이 좋다'고 해 신혼살림에 필요할 것 같은 조그만 선물을 준비해 전해주면서 축하해 준적도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사건인데 환자와 의사 관계에서 본인의 결혼이라는 개인의 삶에 나를 초청해준 분들께 감사드리며 항상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