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지나친 강박증으로 몸·마음 모두 지쳐

입력 2009-04-25 06:00:00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나는 다이어트에 끌려 다녔다. 식사와 운동 그리고 생활 전반에 걸쳐 다이어트에 묶여 있었다. 항상 자제된 생활을 하면서도 자제되지 않는 다이어트 장애를 겼었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다이어트였다.

정신부터 다스리기 위해 요가를 배우기로 하고 절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스님이 나에게 그러셨다. "며칠 간 너를 보니 밥을 씹지 않더라. 천천히 씹어서 먹어 봐라. 밥맛을 알게 된다. 그 맛을 알겠거든 그 다음에 이야기하자." 나는 밥을 일부러 천천히 씹었다. 씹어보니 밥맛을 알게 되었다. 반찬이 없어도 먹어지는 밥 맛 그리고 포만감에 밥 양이 줄었다. 그리고 뛰지 않고 천천히 산을 탔다. 정상에 못 올라도 좋고 땀이 흐르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나무도 보고 하늘도 보고 천천히 계속 걸었다. 그랬더니 움직임이 몸에 배었다. 요가를 하며 묵언을 하니 생각이 깊어지고 말은 필터에 한번 걸러져 순하게 나왔다. 그러면서 내가 변했다. 천천히 내 몸을 돌려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사회로 나가면 박자를 잃을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변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내 다이어트는 마음이 병이란다. 그리고 어떠한 약도 어떠한 인위적인 치료도 거부하고 자연 요법으로 자연스럽게 느리지만 단단하게 한 걸음의 기적을 믿고 1년을 출발했다.

마음을 들여다 보며 천천히 하는 습관은 자신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신중한 답을 찾게 하는 것 같다.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중에 '분주하지 말기, 살짝 스치기, 움켜잡지 말기'라는 구절이 있다. 분주할 수밖에 없고 살짝 스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하지만 절대 움켜잡지 말기에는 동의한다. 사람도 돈도 사랑도 움켜잡지 않고 옆에 서 있어 주는 그 마음이 느리게 살자는 취지가 아닐까 한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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