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 회갑 때 1억 원짜리 스위스 명품 시계 2개를 선물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노 전 대통령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양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의 언론플레이로 규정하며 "참으로 비열한 짓이다.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인데 결국 망신 주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반발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좋게 보면 남다른 두 사람의 친분관계에서 회갑 축하선물 정도는 있을 수 있다.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려 있다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명예는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 인간적 모욕을 주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명백한 사실관계를 통해 부도덕성을 입증해낼 수 있는 것이다.
검찰로서도 노 전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해 작정한 것처럼 비쳐질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대검 관계자는 "만일 검찰 내부에서 그런 사실을 흘렸다면 해당자는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사람이다.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엉뚱한 데서 역풍을 맞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이 고가의 명품 시계 소동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시계 선물이 오간 노 전 대통령 회갑 당시 청와대가 밝힌 선물 목록은 수석보좌관이 전한 8폭짜리 병풍과 국무위원이 선물한 사방탁자가 전부였다. 아들 딸이나 친지들이 전한 선물이 있었다면 그것까지 다 공개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매우 조촐한 회갑연이었다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뒷전에서는 보통국민은 구경조차 못한 초고가 시계 두 개가 오간 것이다.
회갑 때 뒤로 받은 선물은 그것뿐만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3만 달러를 회갑 축하금으로 권양숙 여사에게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농협회장이 회갑 7개월 전 세종캐피탈로부터 40억 원 뇌물을 받았던 것은 뒤늦게 들통났다 하더라도 이미 같은 해에 현대차 뇌물 수수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상황이었다. 권 여사가 그러한 사실을 모르면서 3만 달러를 받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두 얼굴을 봐야 하는 국민은 착잡하기 그지없는 심경이다. 무엇보다 5년 동안 속은 사실에 화가 나는 것이다. 지금은 비열한 망신 주기라고 반발하기보다 명품 시계를 거절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