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유머] 閣下列傳(각하열전)② "YS는 무면허 운전, DJ는 음주운전, 노무현은 역주

입력 2009-04-25 06:00:00

역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운전자와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면허를 가진 운전자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유일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면허가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의 좁은 신작로에 맞을 리가 없었고, 일방 독주로 치닫다가 결국 사고를 내고 면허가 취소되고 말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모범택시 운전자였다. 배고픈 승객들을 신사숙녀로 승격시키는 동안 운전자나 승객 모두가 신바람이 났지만, 역시 장거리 운전에 승객들은 지쳤고 비싼 차비(독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마을호 모범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최규하 대통령은 대리운전 기사였다. 안개 짙은 도로 위에서 얼떨결에 핸들을 잡았으니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다만 운전 중 목격했던 엄청난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무는 직업윤리(?)를 발휘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난폭 운전자였다. '하나운송' 직원들을 동원해 운행권을 강탈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질주를 벌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도로 사정이 좋아 차량 파손만은 면했으나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초보 운전자였다. '보통 운전자'이니 믿어달라는 말에 속아서 탔던 승객들이 결국은 무미건조한 운행 속에 이런저런 사고를 겪으며 내릴 때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무면허 운전자였다. '사상 최연소 운전자'이니 '운전 9단'이니 하는 소문에 큰 기대를 했던 승객들은 사정없이 직진만 일삼는 통에 심한 멀미를 했으며, 차도 그만 고장이 나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음주 운전자였다. 수리한 차로 안전한 운행과 승객 간 화합을 약속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음주량과 함께 정신이 흐려지며 각종 부작용을 노출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숫제 역주행을 일삼았다. 사사건건 일반 승객들의 정서와는 거꾸로만 가는 바람에 숱한 갈등을 겪었으며, "그런 운전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비아냥이 속출하면서, 운전자의 자질과 품격이 이보다 더 떨어진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호의 핸들을 잡았던 각하(閣下)들의 운전능력이 어찌 이리 갈수록 태산인지….

역대 대통령을 김치와 비교해도 의미심장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보쌈김치'이다. '유신표 김치'가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있으면 즉각 보쌈(납치·구속)을 해버렸다. 전두환 대통령은 '깍두기'이다. '깍두기'란 조폭의 머리 스타일을 상징하는 은어. 전통이 '하나회'와 '1212파'의 오야붕(두목)이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물김치'이다. '물태우'라는 별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물이 태반이었지만 '6·29 김장 선언'과 함께 '5060 물김치'를 처음 담갔을 때는 그래도 시원한 맛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파김치'이다. '문민 양념'에 겡남(경남)산 대파를 버무려서 차별화된 맛을 자랑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결국 관리부실로 김칫독이 새면서 모든 것이 소위 '파김치'(IMF 경제난)가 되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고들빼기김치'이다. 고들빼기를 '새천년 소금물'에 절인 다음 처음으로 전라도산 젓갈을 듬뿍 넣어 담근 독특한 향과 맛을 냈는데, 자기들끼리만 즐긴 것은 아닌지…. 노무현 대통령은 '겉절이'이다. 성마른 손님은 붐비는데 배추·상추·열무 등을 경황 없이 무쳐내 놓았으니 김치 축에도 들지 못하고 겉돌다 말았다. 대한민국 식당의 주방장 각하들 정말 왜들 이러시나….

요즘에는 이 '각하'(閣下)란 호칭을 듣기 어렵게 되었지만,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 때까지만 해도 '각하'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런 각하 명칭이 김대중 정권 때부터 '대통령님'으로 통용되면서 역사의 무대로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부를 만한 마땅한 호칭이 없고 '대통령님'이란 말도 영 어색하다는 것이다. 이 참에 아예 '각하'를 부활하면 어떨까. 국민을 대표해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러 권위를 세워주는 게 무슨 잘못인가. 각하란 '호칭'이 문제가 아니라, 각하의 '자질'이 문제인 것이다.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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