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나름대로 잘하기

입력 2009-04-24 10:51:46

모든 분야 앞서가긴 힘들어 자타공인 괜찮은 사람으로

동삼(童參)에 대한 옛날 이야기가 하나 있다.

때는 겨울이었다. 나무를 하러 산에 간 남자가 배가 고파 조밥 도시락을 먹으려고 펼쳐 놓았다. 그런데 이때 어떤 노인이 다가와서 밥을 좀 달라고 했다. 젊은이는 흔쾌히 자신의 밥을 내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도시락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노인은 미안했던지 젊은이에게 동삼이 가득한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엄청나게 큰 동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자잘한 것들을 먼저 다 캔 후에 가운데의 동삼을 캐라고 했다.

노인이 시킨 대로 자잘한 것들을 캐다 보니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동삼이 자꾸 젊은이의 눈에 띄었다. 젊은이는 커다란 것 하나만 캐면 나머지는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커다란 동삼을 먼저 캐고 말았다. 그러자 동삼의 뿌리 대신 조밥만 쏟아져 나왔다. 결국 젊은이는 밥도 굶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 옛날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겨울에 동삼을 캐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완벽한 믿음일까?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똑같은 상황이 대학에서도 자주 벌어진다. 수업시간 발표 때에 성실한 사람이 나름대로 준비해서 발표하면 한 시간이 다들 힘들어진다. 50명이 이 발표를 듣고 있었다면 50시간이 헛되이 지나가버린 셈이다. 또한 노래 못하는 사람이 나름대로 잘한다고 여겨 노래를 부르면 노래방에 앉아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괴로워진다. 성실한 사람은 4절까지 부르기 때문에 이 나름은 타인에게 하나의 짐이 된다.

이와 같이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했을 때에 자기 자신은 상당히 만족을 하고 때로는 은근히 자랑도 하고 싶어지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두 배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하는 자랑과 겸손의 경우가 많기에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해석하고 행동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것이 나에게만 만족감을 주고 반대로 상대방에게는 못마땅한 결과를 안겨주게 된다면 결국은 나에게 주었던 만족감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나름대로의 수행을 통해 나를 평가받으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나름을 깨트려야 한다.

나무를 하러 간 젊은이가 배고픈 노인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내준 것은 자신이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은이가 쌀밥이 아니라 조밥을 싸왔다는 것은 그가 그리 부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이는 자신보다 더 힘들고 배고파 보이는 노인에게 자신의 것을 양보하여 동삼을 캘 기회를 획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는 결코 쉽지 않게 찾아온 이 좋은 기회를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해석해 버림으로써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도시락을 내주었을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보답으로 주어진 동삼 역시 그 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노인이 시키는 방식이 바로 동삼을 얻을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삼에 대해 무지한 젊은이는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동삼을 보면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젊은이는 자신의 방법으로 동삼을 획득하고자 했다. 이것이 젊은이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내가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닌 네가 잘하는 것도 있다. 그렇기에 권위 있는 누군가로부터 명령을 받아서 그 일을 하게 되었다면 그 권위를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

그때 자기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 나름대로 썩 괜찮은 사람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정말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정막래(계명대 교수.러시아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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