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공중보건의 고형석씨 "용하다" 입소문에 부산서도 찾아와

입력 2009-04-23 14:59:51

"줄을 서시오."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 탤런트 임현식이 환자들에게 차례를 지키라는 대사로 한때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성주 선남보건지소는 요즘 허준이 나타난 듯 분주하다. 이달 말까지 군 대체복무로 진료하는 공중보건의 고형석씨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곳곳에서 몰려든 때문이다.

대구한의대를 졸업한 고씨는 3년간의 공중보건의 생활 중 1년을 울진보건소에서, 나머지 2년을 이곳 선남보건지소에서 진료를 해왔다. 고씨의 의료행위는 진맥과 침 시술이 전부. 그런데도 환자들은 오전 4시부터 접수, 점심시간이 지나야 진료를 받을 정도로 인기다. 하루 찾는 환자는 100여명, 이 중 80여명 정도는 진료를 받지만 나머지는 다음날을 예약하며 돌아가야 한다. 환자마다 일일이 진맥을 하다 보니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을 훌쩍 넘겨 오후 늦게까지 진료하기도 일쑤다.

"용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새벽부터 기다렸다는 문점상(78'성주 선남면) 할머니는"속이 쓰리고 아팠는데 진료 후 아픈 기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머리가 아프고 귀가 멍멍했는데 한 달 정도 다니다 보니 통증이 사라졌다."(김종필'92),"숨이 차 걷기조차 힘들었는데 침 몇 번 맞고 효과를 봤다."(조상금'78)"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치료 후 시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유순악'95) 등으로 환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엔 입소문을 타고 대구'달성'화원'왜관 등지는 물론이고 멀리 부산에서도 찾아올 정도라고. 고씨의 침 시술에 환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근본적인 병세 개선뿐 아니라 수면, 소화, 대소변, 생리, 피부, 비만 등 전체적으로 몸이 건강해지고 특히 마음을 다스려 스트레스나 화병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것.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이달 말 제대하는 고씨와의 이별이 아쉬울 뿐이다. "자신의 의술로 인해 환자들의 병세가 호전돼 보람을 느낀다"는 고씨는 "군생활 중 대민봉사를 통해 진정한 의술이 뭔지 깨달았다"고. 이곳 농촌 생활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아쉽지만 멀지 않는 대구에서 개원할 예정이어서 그런대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홀몸노인 무료진료,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진료로 마다않고 해온 고씨는"병은 조화가 깨져 생기는 만큼 삶속의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하므로 병을 적으로 생각하고 이겨 없애야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왜 그런 병에 걸렸는지 스스로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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