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대구시 "세금으로라도 뮤지컬전용관 짓겠다"

입력 2009-04-22 09:46:21

21일 오후 대구시청 2층 대회의실. 김범일 시장과 산업연구원, 대구경북연구원 소속 연구원, 교수·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구 공연문화도시 조성 종합 계획' 용역 착수 보고회는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이 계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구 뮤지컬 전용관 건립 안이 시 의회에서 부결됐기 때문. 보고회를 마친 뒤 한 참석자는 "대구 공연 산업이 몇 단계 후퇴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도 "뮤지컬 전용관 건립 무산은 뼈아픈 충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뮤지컬 전용관, 왜 좌초됐나?=대구 뮤지컬 전용관 건립안은 지난해 1월 7개 민간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업 제안서를 시에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체 측은 총 400억원을 투자, 1천500석 대극장과 450석 중극장, 연습실을 갖춘 뮤지컬 전용관을 설립하겠다며 수성구 어린이회관 주차장(1만780㎡)을 사업 부지로 제안했다. 대구시도 민간 전액 투자·운영 방식(BTL)을 반기며 전폭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후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시점에서 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또 일부 시의원들은 ▷공연장의 수성구 편중 현상을 심화시킨다 ▷공연장내 편의시설 비율(17.1%)이 너무 높다 ▷기존 공연장이 많은데 또 전용관을 짓는 것은 낭비라는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대구시는 편의시설 비율을 15% 정도로 낮추고, 건립안이 통과되면 제3사업자 공모 때 지적사항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시 의원들의 입장을 돌리지 못했다. 한 시의원은 21일 동의안이 결국 부결되자, "대구시의 설득작업이 너무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구시 측은 "서울, 부산, 인천 등이 뮤지컬 전용극장을 앞다퉈 유치하려는 터에 적기를 놓쳤다"며 "의원들이 지역구보다 시 전체 발전을 더 생각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뒤늦은 불만을 토로했다.

◆'전용관 꼭 지어야' VS '내실부터 기해야'=대구 뮤지컬 전용관 건립안 부결 소식에 '공연문화도시 용역 보고회' 참가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는 "뮤지컬 한 작품의 수익성이 확보되려면 1,2개월 반짝 공연으로는 안 된다. 1천~1천200석짜리 전용 극장이 확보되면 장기 공연이 가능하고 대관료와 관람료도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부결사유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위원도 "스페인 빌바오시나 독일 보쿰시는 특색있는 미술관과 공연장을 관광 산업과 연계시켜 도시 전체를 성장시켰다"며 "대구시가 뮤지컬 산업을 성공시키려면 랜드마크적인 전용 극장 건립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뮤지컬 전용 극장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내실부터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한 뮤지컬 제작자는 "전용 극장을 건립하더라도 과연 그곳이 대구의 배우, 작가, 기획자들이 만든 '대구産 뮤지컬'로 알맹이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이 어려운 만큼 500석 안팎의 중극장을 더 지어 내실을 다지는 일이 급선무"라고 했다.

◆市, '세금으로라도 짓겠다'=시는 국·시비를 투자해서라도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사업의 차질로 인해 자칫 대구시가 중앙 정부의 문화·공연사업 예산을 따내는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 마련, 전용관 건립후 운영 주체선정 등 현실적 숙제가 산더미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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