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생 과목별 '선행학습' 효과 높이려면?

입력 2009-04-21 06:00:00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의 절반 이상이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 수강료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선생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과 학교의 학습이론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사교육 관계자들도 지나친 선행학습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선행학습, 과연 어느 정도가 적당하며, 어떻게 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과목별로 알아봤다.

◆수학

모든 과목이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한 단원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후 응용문제로 그 내용을 깊이 있게 다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만 소홀히 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많은 초·중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충분한 연습 없이 진도에 급급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수학에 흥미를 잃게 된다. 수학은 저학년 때 흥미를 상실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운 과목이다.

수학은 처음 배울 때 개념 파악을 잘 해야 하는 과목이다. 첫 단계에서 어설프게 이해하거나 단순히 문제 풀이 위주의 패턴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유형이 나오면 시험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 중 상당수는 선행학습 때문에 각 단원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영어는 선행학습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문법을 예로 들어보면 부정사, 동명사, 분사와 같은 준동사는 초·중학교에서도 배우고 고교에서도 배운다. 출제되는 문제의 어휘와 문장의 난이도에서 차이가 날 따름이다. 일부 학자들은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시작해야 2개 국어 동시 구사 능력이 배양된다고 주장한다. 중·고교생만 돼도 논리로 외국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에 이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기 교육이 지나칠 경우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취학 전 어린이의 경우 영어와 우리말의 어순과 논리 전개 방식의 차이 때문에 모국어 구사 능력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은 생산성 면에서의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의 취학 전 아동의 영어학원 유치부와 중·고교생의 TOEIC, TOEFL, TEPS 열풍이 과연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테면 독해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이해할 수 있는 교양과 배경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가능한데 그 내포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 영어에서도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언어 영역에 적용되는 풀이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 어휘 실력과 독해 능력이 없으면 고급 영문의 해석과 이해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저학년일수록 한 곳 이상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곳저곳 다니는 데는 많은데 실제로 얻는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여러 학원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국어·논술

고교에 진학해 국어와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초·중학생 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언어 영역과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책보다는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쉬운 책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에선 논술, 철학, 독서 관련 과외가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와 중·고교생을 상대로 철학 강의와 독서 지도를 할 때 나이와 지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과 딱딱한 논리를 다루는 학원이 많다. 이 경우 정도가 지나치면 독서가 주는 재미를 잃기가 쉽다. 초·중학생은 논리보다는 작품을 통한 감수성과 직관력, 상상력의 배양에 힘쓰는 것이 나중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된다. 많은 작품을 읽고 바탕 지식을 착실히 쌓은 다음 논리적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요령보다 먼저 많이 읽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면 글쓰기는 한결 쉬워진다.

고교에 진학해서 대입 심층면접이나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시사적인 쟁점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회과목의 다양한 기본 개념들을 먼저 이해하고 나서, 그 내용을 현실 문제와 접목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논술과 심층면접 대비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학 과목의 경우 일부 사설학원에서 중학교 때부터 영재학교나 특목고를 목표로 어려운 과정을 미리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들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따라가지 못할 경우 과학과목 전반에 대한 흥미와 학습의욕을 잃기가 쉽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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