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생각] 아버지와 입시설명회

입력 2009-04-21 06:00:00

지난주 월요일,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초청 입시 설명회가 있었다. 입시 설명회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 배려차원에서 저녁 시간을 택한 것 같다. 특히 아버지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학교의 바람이 있는 듯하다. 입시 설명회 전후 1시간은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배정해 놨다. 필자는 입시 설명회 이전 시간을 택해 담임선생님을 뵈었다. 고3 담임은 수험생 못지않게 고달픈 자리일 게다. 대학 수능시험일까지 독려와 격려를 번갈아가며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인가. 내 자식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4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주는 일은 벅차다. 환한 얼굴로 맞아주신 담임선생님께 필자의 마음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섞여 있었다.

입시 설명회가 있는 강당은 열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시간에 쫓겨 황급히 달려오는 학부모들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행사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이 나온 건 아니다. 모두 이해하는 눈치다. 당연 엄마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아버지들의 참석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모습도 언뜻언뜻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올해 입시 경쟁이 치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이 됐다.

이번 입시 설명회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입시 설명회만 보다가 가끔 유머를 곁들여가며 긴장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선생님들의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여주며 '집에서 방해되는 것' 순서에서 첫 번째가 아버지의 인터넷 고스톱, 두 번째가 엄마의 드라마 시청, 세 번째가 술 취해 들어오신 아버지의 연설이라는 주문에는 공감이 갔다. 자녀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리라. 또 전자사전이 그렇게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는 줄 그 시간에 알았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전자사전으로 본다니…….

입시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아이의 1, 2학년 내신 성적과 작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치른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았다. 학교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최근 3년 동안 본교의 대학입학 현황이 나와 있었다. 대학별 모집단위, 모집군, 전형유형으로 나눠 수능,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에서 합·불합격이 되는지 나타나 있었다. 필자의 아이가 진학하고픈 대학과 학과에 어느 정도의 성적이 요구되는지 가늠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허탈해하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포기보다는 격려의 시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선생님들의 주문을 모두 받아들였을 것이다.

선생님과 엄마의 몫처럼 여겨진 입시설명회장만 보다가 이렇게 학교에서 아버지들과 함께 듣다 보니 적절한 긴장감과 더불어 자녀 인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기대도 생겼다. 아버지의 학교행사 참여가 보편화된다면 자녀 교육에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할 거라고 믿는 건 성급할까?

장남희(운암고 3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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