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믿음입니다. 직원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지만 작업능력은 보통사람 못지 않습니다." 중증장애인 13명을 비롯한 16명의 장애인이 모여 알뜰살뜰 회사를 꾸려가는 구미 임은동의 휴대전화 후가공업체 '믿음을 주는 나무'(대표 김형동).
장애인들이 알토란같은 삶을 엮어온 전국 제1호 장애인자립작업장의 얘기가 제29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 회사 김형동 사장의 장애인들에 대한 믿음과 열린 생각이 그렇고, 지체·시각·지적·뇌병변 등 장애인 근로자들의 일에 대한 남다른 의지와 작업능력 또한 그렇다.
16명의 장애인근로자가 하는 일은 휴대전화 부품 금형의 거친 조각을 제거하는 사상작업과 부품 표면에 머릿결 같은 줄을 넣는 헤어라인 작업. 회사생활 6년째인 홍윤혜(29·여·정신지체 1급)씨는 대화를 주고받기보다 일하는 솜씨가 오히려 뛰어났다.
김 사장은 "장애인은 보통 사람보다 더 성실하고 일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능력을 잘 파악해 적재적소에 두면 다들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역시 6년째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안인규·김경숙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사랑을 싹 틔워 2007년 결혼도 했다. 안씨는 "일이 늘 재미있다"고 한다.
이들 장애인들이 오늘 이렇게 숙련공이 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장애인들과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었던 김 사장 역시 좌절이 많았다. 하지만 장애인을 진정 돕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란 확고한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숱한 풍파도 이겨낼 수 있었다.
특히 2005년 6월 구미공단내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KH바텍과 장애인 연계 고용계약을 체결, 납품량이 늘어난 것이 회사를 유지하는 절대적인 힘이 됐다. 2004년 10월 회사를 처음 설립, VTR 부품 임가공을 할 때만 해도 일감이 없어 놀 때가 많았지만, KH바텍을 만난 후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는 것. 따라서 직원 수도 한때 23명으로 늘리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급격한 경기침체로 다소 줄였다.
장애인 연계고용은 50인 이상 사업장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경우 직업재활시설·표준사업장·자립작업장에 도급을 주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 사업주의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 그러나 이 사업은 직업재활시설에 집중될 뿐 장애인자립작업장은 많지 않아 '믿음을 주는 나무'가 전국 1호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구미지역에서 유일하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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