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멘탈이다] 뇌와 마음의 관계①

입력 2009-04-20 06:00:00

마음이 우리 몸 어딘가에서 생겨난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18세기 말 프란츠 갈은 두개골의 외양과 정신을 연결하는 골상학을 연구했다. 그의 요지는 정신은 뇌에서 기인하며, 또 각각의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시대는 그의 이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기독교 신앙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교회의 배척을 샀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계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했다. 그렇지만 유럽과 미국의 지성계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1848년 뉴잉글랜드 지방의 철도공사 현장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 피네아스 게이지는 묵직한 철봉이 그의 왼쪽 뺨을 뚫고 두개골을 관통해 뇌를 빠져나갔지만 용케도 살아남는 '끔찍하면서도' '희한한'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인지기능은 그대로였지만 사람이 달라졌다. 불손하고 변덕스러우며 예의와 책임감이 없어졌다. 지난 세기 말, 하나 다마지오는 하버드 의대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그의 두개골을 이용해 성격 변화를 연구했다. 피네아스의 성격 변화는 전전두엽의 손상 때문이었다.

엘에스디는 오관을 통해 경험하는 지각을 바꿀 수 있는 환각제이다. 대상의 형체가 바뀌어 보이기도 하고, 아예 헛것이 보이기도 한다. 색깔과 형체도 단순한 섬광으로부터 휘황찬란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자극과 감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트럼펫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보고, 맛보기도 하고 냄새로 맡는다. 환각제들이 지니는 이러한 특성들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가 있다. 어떤 원시 부족들은 잔치나 종교 의례에서 약초나 특수한 음료를 이용하여 참석자들의 심령 세계를 한곳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1950년대 초 정신분열병 치료에 클로르프로마진이라는 약물이 처음 사용된 뒤 지금까지 수백 종의 약물이 잘못된 정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망상을 없애는 약물, 우울한 기분은 올리고 너무 들뜬 기분은 가라앉히는 약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약물, 기억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있다. 심지어 성격까지 바꾸는 약물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이제 인간의 정신이 뇌의 작용임을 알게 되었고, 바깥에서 뇌에 영향을 줌으로써 정신을 바꿀 수 있는 지경까지 와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언젠가 인간의 정신을 둘러싼 신경과학의 수수께끼들이 모두 밝혀지고 뇌 안의 미로들이 샅샅이 드러나는 날,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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