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와 하얀 백사장, 소나무숲, 그리고 1억 송이의 꽃. 2007년 12월 7일 서해안 기름 유출 피해는 잊어라.'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오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꽃, 바다 그리고 꿈'이라는 주제로 충남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일원에서 막을 올린다.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 일원 45만여㎡ 부지에서 열리는 이번 꽃박람회는 박람회가 처음 열린 2002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 특히 이번 박람회는 정부와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에서 국제 공인을 받은 꽃박람회이다.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를 검게 뒤덮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사고 당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120만 자원봉사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보은(報恩)'의 성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름유출 사고 당시의 생생한 모습과 피해지역에 희망을 심어준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상을 꽃으로 연출해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생태교육 및 체험현장이 되도록 한다는 것. 또 기름유출 사고로 관광명소였던 태안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안면도라는 지역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13일 찾은 꽃지해안공원(주행사장) 45만2천894㎡와 수목원(부행사장) 34만496㎡ 등 총 79만3천390㎡ 규모의 박람회장은 이미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설치가 완료된 곳에서 차양을 설치, 꽃의 컨디션 조절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주최 측은 23일쯤 가장 싱싱한 상태의 꽃을 선보이는 '화룡점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 관람객 수를 110만명으로 예상했다. 총 27일간의 행사기간 중 하루 평균 4만여명의 관람객 방문이 예상된다는 것.
꽃구경에 목마른 이들이라면 성찬메뉴가 준비된 안면도행도 괜찮다.
◆꽃바다에서 헤엄치자
꽃과 바다의 어울림을 주제로 '꽃의 미래관', '꽃의 교류관' 등 7개의 실내 전시관과 15개의 야외 테마공원으로 가득한 주행사장은 이제 관람객의 방문만 기다리고 있다. 테마별 7개 전시관은 박람회 기간이 지나면 볼 수 없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죽음의 바다에서 희망의 바다로 바뀌게 해준 120만 자원봉사자에게 감사하는 자리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120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꽃으로 형상화한 '기적의 손'을 설치해 둔 '플라워심포니관'. 박람회의 주제관으로, 꽃으로 뒤덮인 12m 길이의 동굴과 열대정원을 실내에서 볼 수 있다.
전국 16개 시·도와 충남 지역 16개 시·군 등이 참여한 '꽃의 미래관'에서는 전국의 다양한 신품종 꽃을 전시한 기획전시관. 국내외 84개 기관과 업체가 참여한 '꽃의 교류관'에서는 우주꽃, 파란 카네이션 등 세계의 유명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자생하고 있는 희귀 야생화 및 변이종 등을 볼 수 있는 '야생화관'도 놓칠 수 없다.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먹을거리터도 준비됐다. 꽃을 재료로 한 전통 음식은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시식도 할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꽃 음식관'이 마련됐다.
테마공원인 '바다정원', '솟대정원', '튤립원', '파도정원', '바닷길 정원', '장미원', '조롱박 터널', '허브원' 등은 각 주제관을 빠져나오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뒀다.
◆부행사장도 놓치지 말자
주행사장인 꽃지해수욕장과 부행사장인 수목원 간 거리는 차량으로 5분 거리. 부행사장인 안면도수목원은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연결돼 있는데다 소나무향이 물씬 풍기는 '안면송 탐방로'와 고(故) 정주영 전 현대회장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아산원'을 품고 있는 곳.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주최 측에서도 셔틀버스를 운행, 관람객들의 방문을 돕는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135㏊의 면적에 숲속의 집이 22채 있으며, 3㎞에 이르는 등산로는 산림욕에 딱이다. 수목원은 42㏊의 면적에 양치식물 온실 1개 동을 비롯해 청자자수원 등 20개 소원(小園), 한국정원, 팔각정 등을 갖추고 있다. 동백나무 등 1천544종 69만 본의 국내·외 각종 수목들이 자연상태를 간직한 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양치류전시관에는 330㎡의 대형 유리온실 속에서 헤고, 공작고사리 등 특색 있고 관상가치가 높은 양치식물을 대거 선보일 예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분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분재체험장'도 운영된다. 안면도수목원에서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등 3차례에 걸쳐 1시간씩 운영된다. 주최 측은 회당 50명씩 분재소재 화분 부자재 등을 무상 제공한다. 공인 분재관리사로부터 뿌리 및 가지 다듬기, 분 올리기, 물주기 등 분재 만들기 체험과 분재관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분재 소재와 화분, 분재관리 요령이 담긴 책자 등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체험참가 희망자는 한국분재조합 홈페이지(www.koreabonsai.com)와 꽃박람회 홈페이지(www.floritopia.or.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보자
이번 박람회에서는 희귀꽃·희귀식물·신품종 화훼 등 흥행을 좌우할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준비됐다. 불에 타야 꽃피는 나무 '그래스트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튤립으로 손꼽히는 '아이스크림 튤립', 유전자 변형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란 카네이션', 식물 종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큰 씨앗(8~20㎏)을 갖고 있는 '쌍둥이 야자씨' 등 관람객의 오감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즐비하다.
국내에서 개발된 '마술 장미'도 놓칠 수 없다. 온도와 빛의 양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마술장미'는 미국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일본에 수출, 로열티를 받는 등 국내 화훼산업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쌍둥이 야자씨'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세이셀 제도 프랄린 섬에 있는 '거인의 골짜기'라고 불리는 마이계곡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종으로, 나무 높이는 무려 30m에 이르고 줄기 직경은 40㎝에 달한다. 생김새가 여자 엉덩이와 비슷해 '인어의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성장이 느리고 꽃이 피는 데 30년 이상 걸리고 성목이 되기까지 100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만지면 행운을 얻는다는 속설이 있어 관람객들의 손을 많이 탈 것으로 보인다.
또 '꽝꽝나무', '말발도리', '박태기나무', '호랑이발톱나무', '각시붓꽃', '처녀치마', '부처손' 등 국내 야생화도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환경부에서 1998년부터 보호야생식물 24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연잎꿩의 다리'도 선보인다. 산이나 고원지대 바위틈에서 주로 서식해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에서 야생하는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박람회 조직위원회가 관람객들에게 심혈을 기울인 꽃 중의 하나는 '패랭이꽃'. 안면도 꽃박람회장 일부 테마정원에는 4만940본의 패랭이꽃이 똬리를 튼다. 패랭이는 소박하지만 강인한 들꽃이어서 태안 기름유출의 악몽과 맞물려 있다는 것.
지난 2002년 안면도꽃박람회 당시 중국 윈난성에서 들여온 춤추는 꽃 '무초(舞草)'도 많은 국내외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며 7년 만의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
?◆안면도까지 가려면
내비게이션의 보급으로 안면도까지 가는 길이 그리 어렵진 않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이정표에만 의존해서 가기도 힘든 게 안면도행이다. 대구에서 안면도까지 승용차로 5시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왕복 10시간의 소요시간과 3시간 30분 정도의 박람회장 관람을 감안한다면 1박2일 일정으로 떠나는 게 낫다. 당일치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주말 상춘객 인파와 시간에 쫓겨 꽃구경은커녕 '짜증만 남는' 주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회덕분기점을 거쳐 대전 유성IC로 빠져나가야 한다. 유성IC를 빠져나가 32번 국도를 이용, 공주로 향한다. 충남 공주를 지난 다음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청양을 거치는 길과 예산을 거치는 길이 있지만 결국 홍성을 거쳐야하기에 어디로 가든 관계는 없다. 청양으로 통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길이 좁다는 흠이 있지만 칠갑산도립공원을 둘러간다는 장점이 있다.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 29번 국도로 접어들어 홍성까지 다다르면 일단 안심.
예산으로 통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길은 넓다. 다만 유성IC에서부터 달려온 32번 국도에서 21번 국도로 갈아타는 걸 잊어선 안된다. 홍성을 거의 빠져나갈 때쯤 96번 지방도를 타고 안면도까지 쭉 가면 된다. 홍성에서부터는 AB지구→원청삼거리→박람회장으로 가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좁은 국도가 문제. 전국 200만 관람객이 몰릴 경우 국도가 거대 주차장으로 변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태안군에 인접한 보령시는 꽃박람회 기간인 2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하루 4~11회의 여객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서산과 태안으로 들어가는 국도를 이용하면 극심한 혼잡이 예상돼 대천항을 통한 배를 이용하면 시원한 바다와 아름다운 섬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항될 선박은 신한고속훼리호(344t)와 원산고속훼리호(276t)로, 편도 요금은 ▷어린이 3천700원 ▷65세 이상 노인과 중·고생 6천50원 ▷일반인 7천350원이다. 영목항에서는 꽃박람회장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박람회장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열어둔다. 꽃박람회 관람권은 현장에서 성인은 1만5천원, 단체 1만3천원이다. 기름 피해 자원봉사자 및 성금 기탁자의 경우 1인당 7천원, 예매인 경우 최대 50%까지 할인해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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