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주마와 함께…여성1호 馬간호사 김진희씨

입력 2009-04-17 08:48:08

"경주마는 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에요." 한국마사회 여성 1호 동물간호사인 김진희(23·여)씨의 말이다. 160㎝의 작은 체구지만 KRA부산경남경마공원 안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5명과 함께 500㎏을 넘나드는 거구의 경주마를 애완 동물처럼 알뜰살뜰 보살핀다. 덕분에 마필 관계자들로부터 '마(馬)간호사'로 통한다.

동물 간호사는 수의사를 도와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게 하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책임지는 신종 직업. 국내 애완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동물 간호는 동물 의료에서 필수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씨는 "말 못하는 동물을 이해하고 경주마와 수의사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주는 일"이라고 전했다.

경주마 한 마리의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때문에 이 공원의 경주마들은 동물 병원에서 스포츠 선수처럼 전문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 정도면 '경주마 팔자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어울릴 만하다. 동물 병원에선 말들이 잘 걸리는 감기 뿐 아니라 정형외과적 치료부터 입원, 수술까지 이뤄진다.

남달리 동물을 좋아해 2006년 신구대학 동물자원과를 졸업, 동물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2년 동안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던 김씨는 동물 간호사 모집 광고를 보고 서슴없이 이곳으로 발을 디뎠다. "대학 때부터 여러 동물을 접해 봤지만 경주마에게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 김씨의 지원 이유.

김씨가 전하는 경주마의 모습은 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 그는 "경주에 나서기 전 피 검사를 할 때면 고개를 내밀어 내 품으로 파고 드는 모습이 엄마에게 재롱을 부리는 것 같다. 잘 때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버릇도 가졌다"면서 "덩치는 커도 매우 겁이 많아 주변 상황에 민감하다. 작은 실수 때문에 경주마로서의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어 늘 긴장 속에 산다"고 밝혔다.

물론 진료를 하면서 경주마에게 손을 물리거나 말 다리에 밟혀 다친 적도 있다. 그럼에도 경주마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열심히 치료했는데도 죽어가는 말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경주로를 달리는 경주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제 일에 최선을 다할래요." 채정민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