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에 있어서 기능에 비해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뜻밖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관중들에게 비쳐지는 선수들의 육체적인 플레이는 실제 그들의 플레이를 지시하고 명령하는 정보체계의 단순한 실행에 지나지 않는다. 십수년 반복 연습을 통해 습득한 선수들의 숙련된 기능(Skill)도 따지고 보면 경기라는 정보 전쟁의 기초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쟁도 체계적으로 훈련된 병사와 첨단장비만으로 치러낼 수 없듯이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선행되어야만 하고 지휘의 중추적인 역할은 역시 경험과 정보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투수의 어떤 볼을 기다리고 쳐야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타자를 어떨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충돌하는 선수 개개인의 정보 활용에서부터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이나 상황에 따라 공격과 방어의 전술을 펴는 종합적인 정보 활용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매 순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정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사람마다 다른 정보를 어떻게 다 익힐 수 있을까? 대단히 복잡할 것 같은 이 질문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합에 출장하는 선수는 모두 25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그 중에서 투수를 제외하면 15명 내외의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를 담당하는데 시즌 동안 이들이 다른 선수들로 대체될 확률은 평균 15%가 넘지 않는다. 결국 늘 상대하는 선수와 또다시 상대를 한다는 뜻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주축 선수들의 정보는 늘어나게 되어 세밀한 특징까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늘 상대하는 이 선수들의 특징이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기질을 갖고 있고 일정한 버릇을 고칠 수 없듯이 오랜 기간을 통해 신체적 조건에 맞게 밴 자세나 습관은 고유의 특징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에 의해 선수별로 유형이 형성되는 것이며 똑같이 반복되는, 잦은 승부 속에서 위험과 약점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풍성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일정하지 않는 이유는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무수히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러한 변수들 탓에 과거에는 데이터를 보지 않는 감독들도 있긴 했지만 오늘날에는 3연전의 첫 경기 날에는 원정 기록원이 최신 정보를 선수들에게 공급하는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은 오랜 관찰과 경험과 복합된 정보의 결정들이 시시각각 현장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현장 요원에 의해 제대로 수행될 때 비로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그러한 팀워크를 이뤄내기 위한, 평소의 훈련과 믿음이 리그 운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 전체에 보이지 않는 전파망이 깔려 있듯이 야구장에도 보이지 않는 정보가 거미줄처럼 깔려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야구의 묘미를 더 한층 느끼게 될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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