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뜨는데…다시 해볼까? 글쎄,조금만 더 참지

입력 2009-04-14 06:00:00

엄마들의 수다 화제거리나 넥타이부대들의 술자리 대화 주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증시가 연일 빨간침을 쏘아올리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이다. 조금이라도 투자 지식에 밝은 사람이 눈에 띄면 "지금 주식시장으로 달려가야 하나?"를 물어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돈은 예'적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해 이후 두들겨맞은 기억이 너무 아프고, 아직 이 정도 랠리로는 주식시장으로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돈이 위험자산으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실적장세가 아닌 만큼 아직까지는 안전자산을 들고 가는 것이 낫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다.

◆채권, 없어 못 판다

요즘 대구시내 증권사 사람들은 주식보다는 채권이 더 잘 팔린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사채를 중심으로 채권 사려는 사람이 줄을 지어 서있고 나오자마자 매진이라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현기 대구지점장은 "원래 채권은 소규모 동네 금융회사 등 기관 수요가 많은데 요즘은 개인 투자자들까지 앞다퉈 채권을 사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식시장이 본격적 상승랠리가 아니라는 의구심, 또 지난해 너무 호되게 당한 경험이 겹쳐지면서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 나는 채권을 찾고 있다"고 했다.

채권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라 위험이 큰 회사채라는 평가를 받아온 건설사 회사채도 무난히 물량을 소화해내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건설업종의 경우, 채권발행 잔액이 지난 2월 9조3천200억원에서 지난달에는 10조4천590억원으로 한 달만에 1조1천390억원이나 늘었다. 이달에도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이미 각각 3천억원과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투기등급으로 불리는 동양메이저(BB+)까지 지난 8일 1천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채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의 회사채는 연 6, 7%의 금리를 내세우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3%대)의 2배가 넘는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폭발적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 외환위기 당시에도 20~30% 안팎에 이르는 고금리채권에 거액 자산가들이 몰렸었다.

채권 열풍은 채권형펀드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초 5거래일 동안 채권형펀드에는 4천951억원이 들어오면서 하루 평균 990억원이라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예'적금도 여전히 인기

대구은행의 경우, 이달 8일 기준으로 정기예금 잔액이 5조9천750억원으로 올 1월(5조7천918억원)보다 2천억원가량이나 더 늘어났다.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안전자산의 대표주자격인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대기성자금으로 분류되는 MMF에도 자금이 계속 몰려 1월 말 5천501억원이었던 대구은행 MMF잔액은 2월 6천947억원, 지난달 7천344억원으로 늘더니 이달 8일 기준으로는 7천617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돈의 눈치보기가 여전한 것이다.

대구은행 손순호 마케팅통할부장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금이나 MMF에 쌓여있는 돈을 보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수연동예금(ELD)에 대한 수요가 최근 폭증하는 것을 보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조금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은행의 지수연동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4천272억원 규모였으나 이달 8일 현재 7천617억원까지 급등했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수연동예금은 주가가 일정 범위 이내로만 올라주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몇배나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위험상품은 아직 찬밥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하락으로 펀드 해지가 늘면서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6월 말보다 200만개 이상 감소했다. 2월 말 집계는 그 전달인 1월에 비해서도 21만2천개나 줄었다. 2월 말 기준으로 따지면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1천621만9천여개 수준이다.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주식형펀드의 계좌수가 크게 감소한 것은 적립식 주식형펀드의 해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월말 기준으로 적립식 주식형펀드의 계좌 수는 1천245만8천개로 지난 6월에 비해 162만9천개나 줄었다. 일반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41만2천개 감소하는데 그쳤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지만 아직 주식형펀드 계좌숫자가 증가할 만큼의 움직임은 없다. 적립식펀드 불입액을 약간 늘려잡는 수준이라는 것.

대구은행 제휴사업부 양인식 부부장은 "그야말로 소폭의 자금이동만 주식형펀드로 감지되고 있다. 아직까지 큰 변화하고 볼 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펀드투자자보다 공격적인 직접투자자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시장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7억1천820만건에 이르면서 지난해 평균(3억5천520만건)의 2배를 넘어섰다. 거래 대금도 7조5천20억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40%가 급증했다. 지난 9일에는 거래 대금이 9조1천465억원에 달해 2007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평균 상장주식회전율이 2.43%에 달해 지난해 평균(1.19%)의 2배를 역시 넘어섰다. 상장주식회전율은 하루 거래량을 전체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 그만큼 주식 손바뀜이 잦았다는 뜻이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4조8천805억원(8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61.03%(5조6천399억원)이나 늘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