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포트폴리오의 중요성

입력 2009-04-14 06:00:00

소설 '돈키호테-제23장 돈키호테가 모래나 산악 지대에서 경험한 가장 신기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 편에는 돈키호테와 그의 하인 산초가 종교경찰을 만나 곤욕을 겪은 후 돈키호테가 산초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산초가 돈키호테에게 지금이라도 자신의 말대로 따를 것을 설득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내일을 위해 현명한 사람은 오늘 모든 것을 쏟아 붓지 않고, 자신의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이 대화에 나타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표현은 이후 소설의 영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원래 이 표현은 16세기 중반 이후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속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인 세르반테스가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표현은 소설의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격언으로 자주 인용되게 되었습니다.

가령 닭장에서 달걀 100개를 담아 옮기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아서 한 번에 옮길 수도 있고, 이를 한 바구니에 반만 담아 두 번에 나누어 옮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한 번에 달걀을 모두 나를 수 있어 편리하기는 하지만 만일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구니 안의 달걀이 모두 깨져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두 번에 걸쳐 달걀을 운반해야 하므로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혹시 넘어지더라도 달걀이 반만 상하게 되므로 전자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달걀 나르기의 교훈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가계나 기업이 투자를 통하여 자산을 운용할 때 한 가지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는 이를 여러 부문에 적절하게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업가가 1천만원을 투자하여 여름철에 우산을 파는 사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사업가는 여름철 장마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우산을 많이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고 햇빛이 밝은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즉 날씨의 변화에 따라 이 사업가의 손익이 크게 변하여 사업가는 안정적인 이득을 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가가 1천만원을 반으로 나누어 반은 우산 사업에 투자하고 나머지 반은 아이스크림 사업에 투자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비가 올 때는 아이스크림이 팔리지 않는 대신 우산이 많이 팔려 이 사업가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습니다. 또한 맑은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는 대신 아이스크림이 팔려 역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사업가는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득을 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의 단순한 사례에서와 같이 자산을 운용할 때 자산의 구성을 다양화시키면 이익은 다소 줄어들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경제주체가 직면하는 위험은 줄어들게 됩니다. 이와 같이 2개 이상의 부문을 묶어 자산을 구성하는 것을 '자산의 다변화' 또는 '포트폴리오'라고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개념은 단지 자산의 구성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도 또는 중용을 지키는 것도 이러한 포트폴리오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이 1일 24시간을 오직 공부하는데만 소비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운동, 취미, 정서함양 등 여러 분야의 능력을 골고루 키워야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청소년 여러분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여러 분야에 고루 나누어 활용해야 긴 안목에서 볼 때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상만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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