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염증 방치 암·심장병 유발…정기적 검사 필요
"만성치주염, 암을 부를 수 있다."
만성적인 염증 반응으로 분비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정상 세포와 조직까지 손상시켜 고혈압, 당뇨병은 물론 암이나 심장병까지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인체 한 곳에서 염증이 발생하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염증 인자인 화학물질이 온몸에 퍼져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특정 부위에서의 염증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특히 만성치주염의 경우 자각 증상 없이 오랫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고, 암 등 다른 질환과의 관련성도 추적할 수 있어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영국 임페리얼대 미쇼드 박사 연구팀은 'The Lancet Oncology' 최신호에 '잇몸 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 위험이 1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0~75세 남성 4만8천여명을 18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었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생 위험이 췌장암 54%, 신장암 49%, 폐암 36%까지 증가했다는 것.
MIT의 디돈 박사도 인체 특정 부위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외부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다량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과 관련된 효소 등이 정상 세포들의 DNA 구조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단핵구(백혈구의 하나) 등과 관련된 인터류킨(몸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해로운 물질을 면역계가 맞서 싸우도록 자극하는 단백질), 조직괴사인자 등 다양한 염증인자가 전신질환과 관계가 있고, 각종 암과도 연관성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암이나 심장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도 이러한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에크만 박사는 2007년 '셀'(Cell)지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면 암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염증 반응에서 분비되는 '콕스'(COX)라는 화학물질을 차단하는 약물(COX-inhibitor)이 대장암과 같은 질환에 효과를 보이고 있고, 동맥경화 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됐던 '스타틴'(Statin)이라는 약물도 염증 반응 억제 효과 때문에 다른 약물에 비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만성치주염으로 인한 암, 심장병 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염증 여부 및 진행 정도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만성 염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고감도 CRP 수치측정'이 있는데 만성 염증 정도는 물론 심장마비나 협심증 재발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이호준기자
도움말·이재목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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