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에 무관심한 난 딱 한번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다. 물품을 구입한 동기는 친구네 집 거실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 어딘가 모르게 선명하게 다가오는 바깥 시야 때문이다. 빌딩 숲 속에 거주한다면 비 오는 날 아니면 베란다 유리창 물 청소는 불가능한 일. 위층의 행복이 아래층엔 불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래층 피해 없이 깨끗하게 닦기란 불가능했던 것이 친구네 집에서는 모난 구석까지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던 것이다.
투명 창처럼 깨끗한 창 쪽으로 관심이 집중된 나한테 친구는 TV 홈쇼핑에서 구입한 유리창 청소기라면서 추가 설명이 없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한 깨끗한 유리창이 나의 보증 수표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친구네 전화로 바로 구매했고 3일 뒤 물품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개봉 후 팔을 걷어붙이고 베란다 창부터 닦기 시작했고 신기할 정도로 깨끗한 창을 보며 비 오는 날만 학수고대하던 고민을 확 날려버려 줬다.
고개를 밖으로 내밀지 않아도 바깥 표면까지 한번에 닦을 수 있도록 양면엔 자석이 부착되어 있어 고소 공포증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누워서 떡 먹기였다. 바라만 봐도 흐뭇하니 행복해져 내친김에 유리창을 모조리 다 닦으려고 베란다를 시작으로 거실, 뒤 베란다, 그리고 방 창까지 닦기 시작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방 창문에서 청소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취급 잘못이란 생각에 사용 요령도 읽어보고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는데 지지직 하더니 창에 금이 나가면서 청소기가 분리됐지만 창을 갈아 끼워야 할 판이었다.
청소기 값의 두 배로 유리창을 교체하고 흐뭇한 행복도 잊은 채 배가 무지 아팠다. 자석의 힘이 그렇게 센 줄 몰랐으며 이중창 이외엔 사용시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사고난 후 알았다. 요즘도 홈쇼핑에 집중되어 있는 친구는 말한다. 너처럼 홈쇼핑에 관심 없는 사람은 첨 봤다고.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한다면 편리한 쇼핑이지만 나에겐 홈 쇼핑 자체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동연(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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