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위브더 제니스 계약자들 "기부채납 670억 돌려달라"

입력 2009-04-10 09:49:33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상복합 단지인 두산 위브 더 제니스 계약자들이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아파트 분양 조건으로 시행사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670억원 규모의 공공시설물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아파트 인·허가 조건의 기부채납이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무리한 기부채납을 막기 위해 2007년 주택법이 개정된 데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단지의 기부채납 시설물이 도서관 및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보도로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기부채납의 법적 근거가 애매한 데다 한때 대구시의 기부채납 요구가 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했다"며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가보다 가격이 내려간 입주 단지들이 많아 비슷한 민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 입주자 비상대책위는 이달초 계약자 400여명의 위임장을 받아 대구시에 시행사가 기부채납한 수성구립 도서관 건립비(250억원)와 범어네거리 지하보도 공사비(420억원)를 돌려달라는 공문을 제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두 시설물이 입주민 편의를 위한 것보다는 시민 전체의 공익 시설물이고 기부채납 비용이 결국 분양가에 전가된 것 아니겠느냐"며 "시행·시공사와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단지의 계약자는 1천400여명 정도로 670억원을 가구당 나누면 평균 5천만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시행 및 시공사 수익금에서 부담해 분양가에 전가됐다고 보기 어렵고, 도서관이나 단지와 연결되는 지하보도는 1차적인 수혜를 단지 주민들이 입게 된다. 또 계약자에게 돌려줄 재원도 없다"고 밝혔다.

2005년 용적률 문제로 논란을 겪었던 위브 더 제니스 단지 인·허가 당시 시와 구청은 지하보도 연결과 수성구립 도서관 건립을 요구했다.

기부채납은 '아파트 붐'이 일던 2004년 이후부터 대구에서 대단지나 고층 주상복합 인·허가 때마다 관례화돼 왔다.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 단지는 상동고가차도(150억원) 비용을, 시공중인 두산동 SK리더스 뷰는 황금네거리 지하차도 건립비 220억원과 공원부지 매입비 76억원을 내놓았고 황금네거리 지하차도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백지화돼 현재 재원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 분양 예정인 달서구 월배지역 구 대한방직 부지 시행사는 전체부지 8만2천500㎡ 중 3만3천㎡(500억원 상당)를 공공용지로 기부채납했는데 구청 측은 연면적 3천㎡ 규모의 복지관 건물 건립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부채납 요구가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대구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기부채납은 사업지마다 형평성도 없고 불필요한 시설물이 많다. 정부에서 기부채납을 금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만든 것도 이러한 부작용 때문이니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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