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물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열악한 환경에서 자연계의 원리가 얼마나 냉혹한지 깨닫게 된다. 어린 시기에 사이좋게 촘촘히 자라던 소나무들도 자라면서 자원 경쟁이 일어나 대부분은 도태되고 몇 그루만 살아남아 우람한 솔밭이 된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통한 자기 솎음 현상이다. 이런 냉혹한 자연계의 원리가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해서 예외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를 사정없이 내쳐버리는 게 자연의 원리라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는 것 역시 자연의 원리다. 서로간에 아무리 냉혹한 다툼을 벌여야 하는 세계라 하더라도 경쟁을 피하면서 필요한 것을 챙기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바로 니츠((niche, 시'공간적, 환경구배적-환경구배라는 말은 온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영양염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등과 같은 경우를 말한다-측면에서 그 생물종이 차지하는 영역)분화이다. 예를 들면 같은 장소에 사는 식물이라도 뿌리의 깊이를 달리하면 경쟁할 필요가 없다. 또 이른 봄에 싹이 터 여름에 씨를 맺는 식물은 여름에 싹이 터 가을에 씨를 맺는 식물과 다툴 필요가 없다. 수없이 많은 신문사가 경쟁한다고 하더라도 매일신문이 지방 일간지로서 굳건한 니츠를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니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시'공간적 환경적 자원에 대한 나눔, 서로간의 차이 등을 통한 공존'이다.
필자는 국토 자연계가 이기적인 위정자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기부터 매일신문의 독자가 된 것 같다. 그게 벌써 16년째 접어든다. 그 무렵,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낙동강을 단지 수질오염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 영남자연생태보존회와 매일신문 특별기획팀이 일년 이상 낙동강 전 구간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전국 어떤 신문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을 과감히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낙동강을 총체적으로 생태적 측면에서 알렸다는 점에서 매일신문이 참으로 자랑스러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의 자랑스러움 못지 않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지역의 교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매일신문을 통해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고, 상수원 사업이나 의료 사업과 같은 생명과 관련된 사업들을 돈벌이 위주의 민영화로 하겠다는 정책이 왜 문제되는지 또한 매일신문을 통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매일신문은 시민사회단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될 것 같다. 참언론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의 비판은 매우 따끔하다. 예를 들어 4대 강 정비 사업의 경우, 이에 대한 검증과 평가가 언론 고유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이 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체계만을 집중 보도하고 있고, 피해자인 주민과 농민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도 심층분석 없이 단순한 보도에만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매일신문이 중앙지가 다룰 수 없는, 우리 지역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내용들을 시원하게 강조해서 다루기를 바란다. 또 지방이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터에 이웃끼리 온정을 나누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사, 유명인보다는 서민이 많이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다양한 삶과 생각을 표현하는 기사가 많아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독자들은 또 가진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을 비판하고, 농촌, 지역문화, 자연환경, 교육, 복지, 물, 식량, 에너지 등에 대한 모든 정책들이 진실로 서민을 위한 것이 되도록 이끌어가는 그런 신문이기를 바란다.
니츠를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중앙지를 비롯한 다른 신문들과도 다르고, 빠르긴 하되 깊이가 없는 인터넷 신문과도 다르면서, 인쇄 매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살려야 하는 일이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매일신문의 건투를 빈다.
류승원(위원장.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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